[세종로의 아침] 지역축제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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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수정 2026-10-06 01:25
입력 2026-10-05 20:45

216년 역사 독일 옥토버페스트
650만 방문 16억 유로 경제효과
세계적 축제지만 지역주민 중심
지역축제 성공열쇠는 주민 참여

“O’zapft is!”(오 차프트 이스!·맥주통이 열렸다!)

1810년 10월 12일 바이에른의 왕세자 루트비히와 작센·힐트부르크하우젠의 테레제 공주의 결혼을 기념하는 축제에서 유래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216년의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결혼식을 축하하는 말 경주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본래 각종 놀이와 볼거리, 경기 등을 함께 즐기는 지역 행사에 가까웠다. 그러다 1880년 뮌헨시가 맥주 판매를 공식 허용하면서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축제는 여러 차례 중단됐다. 명맥이 끊기는 듯했던 옥토버페스트는 1949년 정식 축제로 부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소규모 가을 축제로 명맥을 이어 갔지만 1949년부터 다시 옥토버페스트로 부활했다. 1948년 뮌헨 시장에 당선돼 전후 도시 재건을 이끌던 토마스 빔머 시장은 이듬해인 1950년 축제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9월 16일 쇼텐하멜 맥주 천막에서 망치로 17차례 두드리며 첫 맥주통을 딸 때 “오차프트 이스!”라고 외쳤다. 이 말은 지금까지 옥토버페스트의 공식 개회사처럼 쓰이고 있다. 지역 축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옥토버페스트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축제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9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보름간 650만명이 뮌헨의 테레지엔비제 광장을 찾아 축제를 즐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실제 축제를 이끄는 것은 여전히 지역 주민들이다. 뮌헨시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방문객 가운데 뮌헨 시민이 58%, 바이에른주 내 다른 곳의 주민이 13%를 차지했다. 그 외 지역의 독일 국민이 15%, 외국인은 14%였다. 축제 방문객 10명 중 7명 이상이 바이에른주 주민이었던 셈이다.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지금도 옥토버페스트는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축제다. 올해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에는 6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뮌헨시가 추산한 올해 축제의 경제적 가치는 약 16억 유로(약 2조 70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9월과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축제를 개최한다. 지자체가 주최하는 축제만 해도 두 달 동안 15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상당수 지역 축제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거나 방문객의 외면을 받는다. 지난 추석(당일 기준)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이를 보러 온 13만 6000명의 방문객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만 7000명의 방문객을 기록한 여수세계섬박람회는 부실 운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부캉이를 찾은 방문객 숫자와 비교하며 지역 축제의 의미와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자 여수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달 ‘여수를 위하여’(캠페인 포 여수)라는 단체를 만든 여수 시민들은 재능 기부로 공연을 보태고 자원봉사자 참여율도 늘리는 등 축제를 내실화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11월 4일까지 남은 축제 기간 실추된 지역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주민들의 자발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에서 열린 ‘2026 강남페스티벌’도 주민 참여를 전면에 내세웠다. 강남구는 올해 처음으로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그랜드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강남구의 22개 동에서 참여한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주민 2000여명이 각자 역할을 맡아 행진에 함께하며 축제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지역 축제의 성공 조건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행사장을 만들고 유명 가수를 유치하는 데 있지 않다. 주민들이 축제에 함께하고, 자신이 사는 동네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옥토버페스트가 216년의 역사 속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축제로 이어져 온 것처럼, 축제의 진정한 주인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박재홍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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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사회2부 기자
박재홍 사회2부 기자
2026-10-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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