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보안의식’ 괜찮나…공공연한 비밀? 기밀 유출?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4-21 18:56
입력 2026-04-21 18:40
세줄 요약
- 북핵 시설 언급 둘러싼 기밀 유출 논란 확산
- 국민의힘, 한미 신뢰 훼손·사퇴 요구 공세
- 정 장관, 공개 자료 기반 설명이라며 반박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이른바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 핵시설’ 언급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 장관은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책 설명’을 ‘기밀 유출’로 몰아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고위 공직자의 ‘보안의식’ 수준 자체가 근본 쟁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런슨 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긴급히 찾아가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통일부 장관이 북한 핵시설의 구체 위치를 거론한 것은 동맹의 신뢰를 흔든 중대한 안보 사고”라며 “정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의원은 또 “주한미대사관 정보 책임자도 국가정보원에 유사한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하며, 국방부와 국정원을 향해 “사실 여부를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한미 정보 공조에 균열을 초래한 안보 리스크”, “안보 참사”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거듭 유감을 밝히며, ‘기밀 유출’ 프레임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와 입장문에서 “해당 발언은 미국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와 국내 언론 보도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책 설명”이라며 “이를 기밀 유출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도 구성을 언급했는데, 9개월이 지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정 장관의 보안의식 자체가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군사기밀에 대한 보안 규정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민감 정보 공개에 따른 파장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보안의식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북핵 시설 위치 정보는 전통적으로 한미 정보공유의 최상위 군사 기밀로 분류돼 왔다. 외부 기관이 위성사진 분석 등을 통해 특정 지역을 후보지로 제시하는 것과, 동맹국 장관이 같은 지점을 “핵시설이 있는 곳”처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파급력이 다르다는 게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더구나 미국의 감시정찰 자산이 식별한 신규 북핵 시설 위치는 사실상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한국 고위 당국자가 같은 지점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행위는 미국 입장에선 자국의 정보 수집 역량과 자산이 간접 노출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은 공개 정보냐, 기밀이냐는 차원을 넘어 한국의 고위 책임자가 동맹과 사전 협의·조율 없이 어느 수준까지 민감 사안을 거론할 수 있는가라는 신뢰의 문제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이 정 장관 발언 이후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언 공방을 넘어 한미 정보협력의 신뢰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안보 리스크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관계기관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통일부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기밀유출 여부를 확인하는 보안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정보가 유출됐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추가로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필요에 따라 정 장관에 대한 보안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윤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