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차이메리카 시대 살아가기/오일만 경제부 차장
수정 2010-11-17 01:06
입력 2010-11-17 00:00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달러를 대신하는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하며 중국의 파워를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10년 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미국에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렸던 과거의 중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굴뚝’에서 금융제국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경제대국 중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32년간 치밀하게 공들여 온 작품이다.
1960~70년대 한국의 수출제일주의를 연상시킬 정도로 중국 전역에서 저임금의 수출산업을 통해 2조 5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중국이 보유한 7400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는 이제 미국의 목줄을 조이는 무기로 변했다.
중국 지도부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적은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드는 작업이다. 우선 대형 금융기관을 설립해 힘을 비축하는 것이 1단계다. 중국의 3대 국유은행인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중국은행이 전세계 금융기관의 시가총액 1~3위를 휩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단계 전략은 미·영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흔드는 일이다. 이번 서울회의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분율 3.69%를 확보, 세계 6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선봉에 선 중국이 브라질과 멕시코, 러시아 등 신흥경제국들과의 ‘연합전선’으로 IMF로 대표되는 국제금융질서를 개혁하겠다는 전략이다. 3단계로는 위안화를 거래하는 국가를 늘려 미 달러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우선 아시아를 중심으로 역내 지역통화(regional currency)로 발전시킨 뒤 서서히 달러를 대체하는 국제 기축통화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야심이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G2 시대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온다. 국제역학 구도상 미·중의 충돌은 불가피한 일이고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발휘한 중재 역할이 G2의 대결 와중에서도 빛을 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근 희토류의 무기화를 선언한 것처럼 중국이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돌돌핍인(咄咄逼人·기세가 등등하여 남에게 압력을 가하는 모양) 전략으로 나올 경우 우리에게는 격심한 시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까지 얽혀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는 천안함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자칫 한국과 미국 대 북한과 중국의 대결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중 3개국이 비공식적 차원에서 삼각대화의 틀을 만드는 것도 의미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조율기능을 강화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이 G2 시대 한국의 생존 전략일 것이다.
oilman@seoul.co.kr
2010-11-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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