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동행 25시] (5) 세상 바꾸려는 권영길
구혜영 기자
수정 2007-12-03 00:00
입력 2007-12-03 00:00
회식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 ‘곤드레만드레’가 울려퍼지는 서울 명동거리. 지난 1일, 유난히 칼바람이 몰아치는 명동 유세현장에 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목소리가 상기됐다.
대선가도에 뛰어든 지 세번째다. 이제 담담할 법도 한데 떨리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한다. 도대체가 바뀐 것 하나 없는 세상 때문이란다. 권 후보는 “서민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비정규직, 삼성 비자금 문제로 고통받는데 그 고통을 안겨준 부정부패 후보들이 선거전에 나설 자격이나 있느냐.”며 손을 치켜올린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서민 지갑에 211만원을 채워주겠다는 다짐이 이어진다.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대형 의제들과 싸우느라 정작 서민경제의 지킴이를 자처해 온 권 후보의 정책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자성이기도 하다. 매달 100만원씩 서민 가정의 소득을 올리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등 사회복지를 통해 서민 지갑에서 111만원씩 절약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서민 경제의 친구, 권 후보의 첫번째 약속이다.
●성소수자 위한 ‘동반자 등록법´ 공약
성 소수자들과의 만남이 예정된 장소로 옮길 때 기자는 대선 삼수생의 소회를 물었다. 권 후보는 “많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무슨 소릴까,3%대 안팎의 지지율을 받는 후보가. 전국을 다니면서 절대적 지지층이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한다. 권 후보는 “지난 2002년 배타적 지지를 결심하는 데 그쳤던 민주노총이 이번에는 아예 상황실을 만들어 권영길 승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이른바 ‘8010’(80만 조합원이 10명씩 조직하기)운동이라고 소개한다. 전농과 전빈련도 2002년에는 배타적 지지조차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조직별로 지지를 결의하는 등 기층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낮은 지지율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분당(分黨)’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골 깊어진 내홍은 또 무엇이라 변명할 것인가. 권 후보는 “언론이 지지율의 신화에만 빠져서 그렇지.”라며 오히려 여유를 보인다.
동성 커플과 비혼 이성 동거인, 장애인 여성…. 흔히 성 소수자로 일컬어지는 이들이다. 권 후보는 이번에 ‘동반자 등록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독일의 파트너 등록법이나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법(PACS)처럼 동성이나 이성 동거커플에게 동반자 관계를 인정하는 법안이다.‘배우자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도 없고, 조세혜택은 물론 재산상속도 받을 수 없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권 후보는 딸 이야기를 꺼냈다. 노동운동 지도자로 수배받던 시절, 자신은 명동성당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 결혼식에도 못 가본 첫딸 이야기였다. 권 후보는 딸이 동성동본의 상대와 결혼하자 집안에서 의절을 하겠다던 아픈 기억을 털어놨다. 권 후보는 “정서적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안다. 민노당이 이분들을 껴안고 가지 못한다면 진보 정당이라는 이름을 떼야 한다.”며 어렵지만 끝까지 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차별과 금기를 깨는 사회, 권 후보의 두번째 약속이다.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위해 마지막 유세장소인 서울 을지로 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후보는 잠겨버린 목소리 탓인지 연방 따뜻한 물을 찾았다. 행사장은 권 후보를 위한 춤과 노래로 가득찼다. 이내 힘을 낸 권 후보는 취업난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묻는 젊은이들에게 “권영길이 대통령 돼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7-1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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