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지구상 가장 이상한 종족-여자
수정 2006-10-26 00:00
입력 2006-10-26 00:00
분명 시대착오적이고 유교의 오랜 관습적 표현임을 감안하고라도 참 무지하고 억지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비단 그렇게 생각하고 말 일은 아니다. 혹여, 나 또는 너 그리고 우리 중 이런 모습이 또 그리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Things You Can Tell Just By Looking At Her,2000년)은 6명의 그녀가 맞닥뜨리는 사랑, 성(性), 이별, 가족애, 외로움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고 독특한 느낌으로 보여준다. 산부인과 의사, 은행 매니저, 동화작가, 형사, 카드 점치는 여자 등 영화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직업 뿐 아니라 그녀들은 외모도 성격도 전혀 다르다. 영화는 그녀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마치 관객 자신이 창문 너머를 엿보듯, 그래서 금방이라도 그녀들과 시선이 마주칠 것 같은 긴장감을 간직한 채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다.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2003년)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프란시스 메이어스의 동명 소설인 ‘언더 더 투스칸 선’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 베스트셀러 작가인 프란시스 메이어스가 이혼의 아픔을 겪으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어느 작가의 이탈리아 여정으로 녹인 이 소설은, 인생에 있어서 아픔이란 다른 삶을 찾아주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된 프란시스는 남편도 집도 자식도 없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사라진 이런 기분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절망스러운 프란시스는 친구가 건네준 티켓으로 즉흥적인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고, 따스하고, 여유로운 지중해에서 마법같은 일들을 겪는다. 절망이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만나는 것은 기적 같은 희망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여겨질 때도 우리에게 남은 것은 나 자신이며, 그 자신의 삶임을 영화는 유쾌하고 세련된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젖어 들게 한다.
아무리 누가 뭐라 해도 여자가 지닌 이미지는 다양하고 이채롭다. 상대적으로 폄하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그것엔 여성 스스로의 책임도 있음을 기억하자),‘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미소는 기적을 만든다.‘그녀’는 엄마, 아내 그리고 여자의 세 가지 이름을 갖는다. 그리고 그들은 남자와 더불어 지구를 이끈다. 함께 나누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의 소통과 대화…. 이제부터 나누고자 노력하는 당신들의 몫이다. 금성과 화성의 외계인으로 머물지 않으려면 말이다.
시나리오 작가
2006-10-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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