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Wedding]김기범(32·회사원)·이승기(28·회사원)
수정 2005-06-02 00:00
입력 2005-06-02 00:00
인연은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나는 청순하고 맑은 첫 인상의 그녀에게 용기내어 관심을 표현했다. 그런데 무덤덤한 그녀는 별 반응이 없었다. 어쨌든 그날 바로 연락처를 받고 다음날 만나 남산을 걸어서 올라갔다. 그녀와 함께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마냥 즐거웠다. 남산에서 내려와 비디오방에 갔다. 상·하나뉘어진 ‘조 블랙의 사랑’이라는 긴 영화라 오히려 오랫동안 같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는 거의 끝나가는데 그녀의 손은 잡기 힘들었다. 이상한 녀석으로 보면 어쩌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망설임의 끝에 결국 그녀의 손 위로 내 손을 얹었다. 그 순간 내 가슴이 쿵쾅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어질해지고 온몸이 마비되는 듯 얼어붙어 버렸다.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 그녀에게 뭘 하고싶은지 물어 보았더니 그녀는 예전부터 친구들과 같이 놀기로 약속을 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그 약속을 깰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는 애인이 생겼는데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 취소하고 나랑 같이 놀러 가자고 했다.
나는 직접 그녀의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어 애인임을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결국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원도 오색약수터로 여행을 떠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끽했다.
그 뒤 1999년 12월31일에서 드디어 2000년 1월1일로 새천년을 맞이하러 에버랜드로 갔다. 그 날도 하늘에서 새하얀 눈꽃이 새천년을 축복하듯 하늘을 수 놓았고 우리는 차 안에서 히터를 틀고 라디오를 들으며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제는 내 옆에 함께 있는 그녀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사랑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제 사랑했다고 오늘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현재형이다. 사랑한다. 승기!
2005-06-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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