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우유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요
수정 2004-11-08 00:00
입력 2004-11-08 00:00
우유는 영양 많은 식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생각들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송아지는 태어날 때 보통 50㎏ 정도이다. 그런데 1년 만에 10배 이상 몸무게가 늘어난다. 우유는 송아지가 이렇게 빨리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영양원이다. 반면 사람의 경우는 돌이 되어도 태어날 때의 몸무게에 비해 고작 3배 남짓 늘어날 뿐이다. 송아지의 성장속도와 사람의 성장속도는 무척이나 다른 셈이다. 그래서 보통 송아지에게는 우유가, 아기에게는 모유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우유를 잘 먹는 아이가 상대적으로 성장이 빠르다는 것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성장이 빠르다고 우리 몸에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우유를 마시면 뼈가 튼튼해진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한번 살펴보자. 이 상식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참으로 많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책을 보면 하버드대학 윌렛 교수가 7만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소개해 놓고 있다. 윌렛 교수는 하루에 우유를 두 잔 이상 마시는 그룹과 거의 마시지 않는 그룹으로 나누어,12년 후에 그 사람들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뜻밖에도 우유를 많이 마신 사람들의 뼈가 부러지는 비율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실제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과 같이 우유를 많이 마시는 나라 사람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골다공증에 훨씬 더 많이 걸린다고 한다. 그것은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우리 몸의 칼슘을 빼앗아가 뼈가 더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영양이 좋다 하더라도 이를 너무 많이 먹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유 역시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유를 조금만 마셔도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 사람들에 비해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아제 효소가 부족한 까닭이다. 그럴 경우 설사까지 해가면서 무리하게 우유를 마실 필요는 없다.
우유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 칼슘이 실제로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마그네슘, 비타민D 등 여러 가지 미네랄이 필요하다. 따라서 콩, 푸른 채소 등 마그네슘 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식품을 부족하지 않게 먹어줘야 한다.
또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젖소의 우유를 먹는 게 좋다. 좁은 축사에 갇혀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항생제·성장촉진제 등이 잔뜩 들어간 사료를 먹고 자라는 젖소의 우유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사람의 모유에 가장 가깝다고 하는 산양유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칼슘을 꼭 우유에서 얻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우유 100g 중에는 칼슘이 110㎎ 정도 들어 있다. 물론 많은 양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칼슘을 가진 식품은 참으로 많다. 말린 새우는 우유의 65배, 마른 멸치는 14배, 깨는 11배, 김도 7배나 많은 칼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전통적인 밥상만 잘 챙겨 먹어도 칼슘이 부족하기는커녕 넘쳐나는 셈이다. 물론 우유를 지나치게 많이 먹어왔던 아이라면 엄마가 대체 음료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콩을 갈아만든 두유나 집에서 과일로 만든 음료, 야채 효소주스 등 훌륭한 대안은 많다.
마지막으로 키에 관한 얘기 하나. 보통 자라는 데 필요한 성장호르몬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를 잘 크게 하고 싶다면 음식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간에 깊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2004-11-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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