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쌍섶다리의 추억
기자
수정 2003-12-29 00:00
입력 2003-12-29 00:00
그 내를 건널 수 있는 콘크리트 다리는 두 개밖에 없었는데,사이가 10리 길이 넘었다.그래서 장마철이 되면 요천수 건너 산밑 과수원촌에 사는 동무들은 결석이 잦았고,수업중에 장대비라도 내릴라 치면 조퇴했는데,그것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그러다 가을걷이가 시작될 무렵이면,강 양쪽 두 마을 어른들이 소나무와 뗏장으로 하루만에 뚝딱 쌍섶다리를 세웠다.다리는 천둥벌거숭이였던 우리에게도 달콤한 선물이었다.좁은 다리를 건너는 짜릿한 재미와 6·25 상흔이 남아있던 앞 산, 과수원 서리를 덤으로 줬기 때문이다.
그 추억의 쌍섶다리가 고향에서 사라진 지 30년이 족히 넘었다.최근 강원 어느 벽촌의 쌍섶다리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 한없이 추억에 빠져들었다.다시는 그 고향에 가지 못하는 까닭이리라.
양승현 논설위원
2003-12-29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