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젠 프로축구 구경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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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7-04 00:00
입력 2002-07-04 00:00
축구공은 늘 가난한 소년들의 희망이었다.

서부 아프리카 끝의 세네갈.1인당 국민총생산(GNP) 463달러의 이곳에서 축구공은 미래로 가는 풍선과도 같다.2002월드컵 개막전에서 150년 가까이 자신들을 지배한 세계최강 프랑스를 무너뜨려 전세계를 경악케 한 ‘테랑가의 사자들(세네갈 대표팀의 애칭)’.그들은 어린 시절 주린 배로 뙤약볕이 내리 쬐는 맨땅에서,바람 빠진 고무공을 차며 꿈을 꾸었다.

‘연쇄 살인범(Serial Killer)’이라는 별명이 붙은 엘 하지 디우프도 그렇게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척박한 땅을 딛고,이제는 프랑스 프로 1부리그 랑스의 간판 골잡이로 우뚝선 그는 월드컵을 끝내면서 “우리는 영웅으로 고향에 돌아갈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쯤되면 그에게 축구는 ‘인생 자체’인 셈이다.

우리의 대표 선수들중에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결코 덜하지 않은 ‘인간승리’가 적지 않다.누구는 식구들 밥을 한 공기라도 덜 축내려 축구화를 신었고,또 누구는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공을 찼고,또 그 누구는 용접공을 하면서도 끝내 축구를 버리지 않았다.

축구가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 것은 마라톤 이론가 조지 쉬한의 표현처럼 그곳에 영웅이 있기 때문이다.승리에 대한 목마름을 딛고 일어선 영웅들의 절절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6월 내내 그 영웅들을 ‘제대로’ 만났다.단군이 하늘을 연 이래 최대의 잔치에서 우리의 영웅들이 펼쳐 보인 드라마에 밤을 새워 웃고 운 셈이다.축구와 군대 얘기를 죽어라 싫어했던 아줌마들이 “오프사이드가 뭐예요,인저리 타임은 도대체 뭐예요?”라고 끈질기게 물어 대한민국의 남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출근길 전철에서 온통 붉은 색으로 치장한 채 당당히 출정(?)하는 응원단들을 보며 “내가 비정상인가.” 생각한 직장인들도 적지않았다.

축제는 끝이 났다.하지만 축구장을 가득 메우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월드컵을 위해 만든 훌륭한 경기장을 활용하는 방편이고,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또 다른 신화를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때마침 오는 7일 프로축구 K-리그가 55일간의 ‘월드컵 휴가’를 끝내고 재개된다.오는 11월까지 135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젠 그곳에 가자.친구와 애인의 손을 잡고,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시청앞으로 광화문으로 뛰쳐 나온 그 발길을 이젠 그곳으로 돌리자.그동안 영웅들을 홀대하고 무시한 죄를 고해하지 않아도 좋다.“너무 무심했노라.”라고 용서를 빌지 않아도 좋다.

그곳에 가면 우리를 잠못들게 한 영웅들을 다시 볼 수 있다.코뼈가 내려앉아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서도 온몸을 내던진 김태영(전남),노장투혼을 훨훨 불사르고 대표팀에서 스스로 물러난 홍명보(포항),통통 튀는 신세대 이영표(안양) 송종국(부산)을 또 볼 수 있다.

지난 한달 동안 한반도를 휘감은,지축을 뒤흔들고 사람들의 가슴을 친 그 함성의 10분의1이라도 프로 그라운드에서 다시 듣는다면 한국축구는 영원한 강자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축구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큰다.

‘C U @ K-리그(See You at K-리그)’.

오병남/ 체육팀장obnbkt@
2002-07-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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