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과 칠판] 학교보다 학원이 우선 삭막해져가는 아이들
기자
수정 2002-06-06 00:00
입력 2002-06-06 00:00
“선생님,저 학원가야 돼요.”,“우리 엄마가요,학원가야 된다고 일찍 오라고 해서요.”
숙제를 하지 않았거나 공부시간에 해결 못한 것을 방과후에 남아서라도 하고 가도록 하면 아이들은 나에게 이런말을 건넨다.
모둠 청소시간이 되면 남아 있는 아이들은 꼭 한두명씩 도망간 아이들을 향해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내며 청소를한다.청소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다음날 그 아이들을 불러다 “왜 선생님에게 말도 안하고 갔느냐.”고 하면 “학원 갈 시간이라 그때 안 가면 안된다.”고 대답한다.어떤 아이들은 엄마가 공부시간 마치고 청소하지 말고 바로 가라고 했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한 6학년 아이는 구구셈을 제대로 다 외우지 못해 방과후에 좀 시키려고 했더니 학원가야 된다고 학교에 남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 무슨 학원을 다니느냐?”
“영어하고요,수학학원요.”
“수학학원에서는 뭘 배우는데?”
“이거요.”
공책과 문제집을 보니 지금 배우는 단원보다 휠씬 앞선 내용이었다.어떻게 푸느냐고 하니까 답안지 보고 채우기만 한다는 것이다.
쓸거리도 없는데 공부시간에 엎드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들의 십중팔구는 학원 문제집이나 학원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다.
“그래,그렇게 급하냐.”
“이거 안하면 학원에서 맞아요.”
요즘에는 학원에서도 아이들을 때려가며 공부시키나 보다 하는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시험과 순위 매기기 학습이 학교에서 사라지고 나니 요즘에는 학원에서 점수로 겁을 주고 때리기도 하는가 보다.
학부모들은 학원 체벌에는 별 반응이없는 듯하다.학교 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인데 말이다.
나는 이런 일들을 학부모와 만나면 꼭 들려준다.하지만 그런 말들이 교사라서 그러려니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 같다.
이웃 아이들이 어떤 학원을 다니고,어떤 학습지를 하는지,점수가 얼마나 나오는지에는 귀를 기울이면서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있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은 것같아 안타깝다.
우리 아이들은 점수와 성적 때문에 어울려 사는 것,더불어 함께 사는 생활을 잃어버리고 있다.오히려 이런 활동은 시간 낭비고 아무런 성과가 없다며 좋은 문제집과 잘 가르치는 학원에 대한 정보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무엇을 먼저 알고 챙겨야 하는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최진수/ 경남 창원 남양초 교사
2002-06-06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