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영어교육 실태/ 학교선 CD롬 따라읽기만, 학원엔 무자격강사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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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5-27 00:00
입력 2002-05-27 00:00
초등학교 4학년 이모(경기도 화정)군은 학교에서 매주 1시간씩 하는 영어수업이 지루하기만 하다.수업은 담임교사가 틀어주는 CD롬을 보면서 문장을 따라 읽는 게 고작이다.학교가 끝나면 주 3회 영어전문학원에 다니는 이군은 “미국인과 실감나게 대화도 나누고 게임도 하는 학원에 비해 학교수업 수준이 너무 낮다.”며 투덜댔다.

‘나는 사교육,기는 공교육’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단적인 실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97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과를 정규과목으로 신설했다.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내초·중·고 영어교사 9678명중 영어로만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는 평균 7.9%에 그친다.10명중에 1명도 되지 않는숫자다.

이런 학교현실에서 영어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을 제치고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학생들은 너나없이 학습지 또는 영어학원 등으로 몰려가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초등생의 71.5%,중학생의 67.9%가과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어린이 영어교육 시장의 규모가 적게 잡아도 1조 5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학습지 회사인 대교,교원,재능교육,웅진닷컴,한솔교육 등 이른바 ‘학습지 빅5’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2조 6000억원.이중 20%정도인 5000억원이 영어과목 매출액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육부가 집계한 영어학원만도 전국에 3000개에 이른다.유아·초등생을 가르치는 영어학원 시장규모는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어민 강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보니 학원가에는 기본소양도 갖추지 못한 뜨내기 무자격 강사가 수두룩하다.외국인과 영어학원을 연결하는 브로커 K(37)씨는 “일부 학원들은 ‘금발에 파란 눈이면 무조건 OK’라는 조건을 걸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문제는 영어에 투자하는 엄청난 돈에 비해 효과는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학원이나 학습지를 통해 영어를 공부했다고 생각하고,학교에서는 집중하지 않음에 따라 오히려 영어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초등학교 5학년만 되면 ‘영어를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아이가 한반에 5∼6명씩 나타나는 것도 이런 영어교육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서울 구룡초등학교 영어전담교사 서은희(33)씨는 교육부의 원어민 보조교사 채용에 대해 “외국인들을 만날 때 갖는 공포감을 없애고 유창한 발음을 배운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효과적인 강의술을 겸비한 교사를 선발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허윤주기자 rara@
2002-05-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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