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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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0-15 00:00
입력 2001-10-15 00:00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마술사가 벌이는 마술이 사실은 눈속임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관객의 주의를 한순간 딴 데로유도한 사이에 손놀림을 잽싸게 하거나 미리 준비한 도구를써서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빈모자에서 토끼가 나오건,자유의 여신상이 눈앞에서 갑자기사라져 버리건 그 원리는 마찬가지다.규모에 차이가 날 뿐이다.마술이란 한마디로 관객을 속이고자 숙련된 기술,과학적으로 고안한 특수장비,관객의 심리를 함께 이용하는 종합연기인 셈이다.

마술을 부리는 사람은 마술사만이 아니다.우리사회에서는정치인들이 마술사 이상으로 재주를 부린다.모자에서 토끼꺼내 듯 상대방에 대한 추문·의혹을 쉴 새 없이 만들어 낸다.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것들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사라지고 조용해진 무대는 다음 작품을 예고한다.마술의 본질은 마술사와 관객이 벌이는 ‘속이기’와 ‘속지 않기’의 싸움이다.정치판의 마술을 잡아내려면 관객인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볼 수밖에 없다.

이용원 논설위원
2001-10-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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