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현대상사’ 특별호/‘한국 좌파의 목소리’ 담아
수정 1998-09-28 00:00
입력 1998-09-28 00:00
현재의 한국 사회를 좌파 지식인은 어떻게 바라볼까. 계간 ‘현대사상’은 최근 발간한 특별증간호에서 ‘한국 좌파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좌파쪽 지식인들이 겪고 있거나 생각하는 고민과 갈등,문제점,과제 등을 담았다. 현대사상은 비록 좌파가 사회주의의 몰락 등으로 설자리를 잃고 있지만 좌파적 시각과 진단은 현재의 모순과 갈등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세기적 전환기와 진보세력의 과제’라는 기고문에서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반민주적 인사들과 제도가 다시 부활하는가 하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재벌사들이 계열사를 늘리고 경제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정부와 진보적 지식인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교수는 또 진보세력에게는 “그동안 외국에서 수입한 이론이나 사상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을 뿐 아니라,노선이나 정책적 입장에 따라 서로 비난하고 성과물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감정적대립을 서슴지 않았고,진보세력 내에서도 지배집단이 형성해온 연고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성구 한신대 교수도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비판’이라는 글에서 “위기상황에서는 국가개입이 더욱 필요하다”며 시장논리를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 정책에 비판을 가했다.
김교수는 “대규모 기업도산과 은행도산,대량 실업을 대가로 한 창조적 파괴는 자본주의 국가가 감당할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며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시장경쟁의 매커니즘만으로 재생산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시장원리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국가의 경제 개입이 감소하지 않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은 기업과 금융에서의 독점화를 가져오고 국가와 독점자본간의 유착관계를 공고히 하며 공기업 매각조치도 국내 제조업에 대한 해외통제의 강화와 생산력의 대외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국가 또는 공공부문 확대와 국가에 대한 민주적 통제,재벌지배 체제의 해체와 사회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종욱 국민대 교수는 ‘지식인의 무책임성에 대한 자기 반성과 제안’이라는 글에서 “IMF와 같은 국난을 예측하지 못한 사회과학도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은 한국 지식인 모두의 참담한 자화상”이라면서 “각종 언론매체에서 자신의 이론과 지식을 과시하던 수많은 지식인들의 미사여구는 결국 우리의 사회현상과 무관한 공허한 말잔치로 끝난 셈”이라고 반성했다.
또 좌파세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통성이라는 미명하에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건전한 비판조차 허용치 않는 독선을 주저하지 않았고 급기야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경도로 치달아 주체사상에 대한 무비판적 동조가 ‘진보적’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가을호와 겨울호 사이에 나온 이번 특별호에는 임지현 한양대 교수,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김명인 인천대 강사,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대표,김명환 성공회대 교수,이원영 도서출판 갈무리 편집인,손호철 서강대 교수,김재현 경남대교수,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任泰淳 기자 stslim@seoul.co.kr>
1998-09-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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