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IMF 6개월 수출만이 살길이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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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6-03 00:00
입력 1998-06-03 00:00
◎수출주문 받고도 ‘금융발목’/신용장 담보로 지급보증을

수출이 내리막 길로 들어선 요즘,수출 현장에서는 “돈 줄이 막혔다”고 아우성이다.급한대로 수출을 부축하려면 최소한 무역자금이 지원돼야 함에도 구조조정을 앞둔 금융기관들은 문을 더 걸어 잠궜다.

○정부대책 중기엔 그림의 떡

■숨넘어가는 수출업체들=2일 서울 마포구의 무역업체 H사.L이사가 여기저기 전화를 걸다 돌연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쉰다.100만달러 어치의 수출주문을 받고도 돈줄이 막혀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EU(유럽연합)일본에 종이와 가방을 수출하는 신생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달 일본에서 100만달러 어치의 가방수출을 주문받았다.그러나 4개 하청업체의 신용장이 개설되지 않아 수출이 벽에 부닥쳤다.주거래은행이 주문가의 150%를 담보로 요구했고,이를 감당하지 못한 H사는 결국 다른 업체의 신용장을 이용한 ‘편법’으로 주문량의 일부 만을 소화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L이사는 “신생업체에 마땅한 담보물이 어디 있느냐”면서 “금융기관이 신용장을 담보로 지급보증을 서주는 지원대책이 아쉽다”고 호소했다.

공작기계를 생산,수출하는 K공업(주).수입 자본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지난 달 정부로부터 산업기술개발자금 8억5,000만원을 배정받았다.그러나 정작 이 회사는 이 돈을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신용보증기금측은 “자금의 성격상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고,기술신용보증기금 측은 “내부방침 상 고액보증을 지양하고 있다”며 보증을 기피했다.사장 Y씨는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관료가 무슨 지시를 하든 중소기업에게 은행의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열교환기 제조회사인 H에너지사.지난 1·4분기에 일본으로부터 115만달러어치를 주문받았으나 수출보험공사로부터 수출이행보증서를 받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었다.‘제조능력에 비해 수주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응급수혈이 필요하다=수출업체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금융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주)대우 張炳珠 사장은 “금융이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을 다시 늘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수출입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張사장은 특히 “은행 역시 어려운 처지인 줄은 알지만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환가료 등 각종 외환수수료를 조정,수출업체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종 외환수수료 조정 시급



張사장의 지적을 반영하듯 한국무역협회 IMF대책팀(팀장 金仁圭)에 신고된 수출업체들의 애로사항 중 절반 이상이 무역금융과 관련된 것이다.여전히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다는 얘기다.金팀장은 “은행들은 꺾기나 네고 기피 등 잘못된 관행을 계속하고 있고,신용보증기관들은 수출실적이나 기업규모 등만 따지며 여전히 보증에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수출업체들은 3·4분기에 들어서면 국내 금융시장의 악화로 수출환경이 더 열악해 질 것으로 우려한다.한국무역협회는 “3·4분기에 금리가 20%대로 치솟고,환율 역시 1,700원 대로 뛰어 오를 것”이라면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이 재원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陳璟鎬 기자 kyoungho@seoul.co.kr>
1998-06-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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