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어업분쟁 현장 서일본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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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2-09 00:00
입력 1998-02-09 00:00
【서일본해역 무궁화20호 선상=이기철 기자】 한·일어업협정 파기이후 홋카이도(북해도)∼쓰시마(대마도)∼고도랫도(오도)에 이르는 서일본해역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국의 어업지도선과 감시선이 자주 출몰,영해침범이나 불법어로 여부를 감시하고 양국 어민들간에 마찰이 간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상오 9시15분 일본 고도랫도 서쪽 15마일 공해상.
사천선적의 갈치 줄낚시어선 경양호(40t급)가 해무속에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 어업지도선 무궁화 20호(500t·선장 김성수·52)와 일본 감시선 가이세이마루(해성환 500t급)가 순식간에 빙 둘러싸 대치형국이 연출됐다.곧이어 일본의 정찰기 한대가 출현,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우리 어선과 지도선 주변의 상공을 3∼4차례 선회하면서 감시의 눈을 번뜩였다.
우리 지도선은 즉각 무선으로 경양호의 피해 여부를 확인한뒤 영해침범으로 나포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그러나 일본 감시선은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은채 망원경으로 경양호의 조업상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이런 가운데 어업지도선 김승련 소장(55)은 즉각 일본 감시선의 다나카 수석감독관을 콜사인으로 불러냈다.
▲김소장=전통적으로 우호적인 어업협력관계가 유지됐으나 협정파기이후 불미스럽게 됐다.
▲나카=물론이다.옛날처럼 마찰없이 잘 지내자는게 우리의 바람이다.양국의 어민들간에 트러블이 없도록 하자.
▲김소장=협정파기이후 일본 어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다나카=일본 어민들은 하루속히 좋은 관계가 회복돼 서로 웃으며 조업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처럼 양국 어민과 실무진들은 하루속히 전통적 우호협력속에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업지도선 김선장은 “전에는 양국의 지도선과 감시선이 망망대해에서 조우하면 좋은 친구처럼 지냈는데 요즘은 왠지 서먹서먹해졌다”고 전했다.
이에앞서 6일 하오 2시15분 쓰시마 북쪽 15마일 공해상에서 만난 경남 사천선적의 연승어선 부경호(20t·선장 정병갑)와 제101영진호(20t·선장 박응현)등은 “우리 어선들은 최근들어 일본 감시선과 순시선이 자주 나타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본 소형어선들이 우리 어구들을 찢고가는 등 마찰이 잦아 조업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우리어선 17척이 일본에 나포됐고 어구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부산을 출발해 쓰시마를 거쳐 고도랫도에서 다시 귀항할때까지 우리 어선들의 공해상 조업광경이 간간이 눈에 뛸 뿐이었다.
이같이 불안한 평화가 계속되는 서일본해역의 공해상에는 요즘 바다가 텅 비다시피하고 있다.많을때는 우리어선 200여척이 조업했으나 요즘은 장어 오징어 갈치잡이 어선 80여척이 조업중이다.
이는 국내 기름값 인상에다 어업협정 파기가 겹친 까닭이다.그러나 서일본해역은 우리 어선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황금어장’이다.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데다 양질의 플랭크톤이 많아 고기잡이가 잘 되고 맛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영진호 박선장은 “이곳 해역에서 잡히는 갈치는 보통 길이 1m에 달해 맛도 좋아 잡히는대로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윤정식 고려호 선장/“협정 빨리 타결돼 마음껏 잡고 싶어”
지난 6일 하오 5시20분쯤 일본 쓰시마 남쪽 13.5마일 공해상에서 갈치잡이를 하던 경남 사천선적 제103 고려호를 조우했다. 투망작업중이던 윤정식 선장(47·경남 사천시 향천동 1113의 13)은 어업지도선 무궁화20호를 만나자 무척 반가워했다.
일본 어선들과 마찰은 없었나.
▲일본 어선들이 우리 어장의 어구들을 끊고 달아나는 경우가 많아 조업에 지장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1월이후 마찰이 잦았으나 올들어선 좀 잠잠한 편이다.
일본 감시선들의 동향은.
▲한·일 어업협정 파기이후 일본 감시선과 순시선들이 부쩍 자주 출몰해 우리 어선들을 관찰하고 있다.때문에 상당한 긴장감속에 조업하고 있다.
일본 당국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일본이 새롭게 배타적 경제수역이니 직선기선이니 하니까 불만이다.지난 65년이후 지금까지 조업해오던 어장에서 조업을 못하게 해 혼란스럽다.양국간에 협정이 빨리체결돼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
1998-0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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