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성 아미산(세계 문화유산 순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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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1-10 00:00
입력 1997-11-10 00:00
◎3,099m 만불정엔 운해속 비경이…/중국4대 불교성지… 주변 대사찰 산재/동식물 5천여종 서식… 생태계의 보고

아미는 아리따운 여인의 눈썹이니,산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아미산이라 했겠는가.그래서 산은 아미를 숙인 여인네처럼 구름 속에 감춘 신비한 자태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동편으로부터 나즈막한 산세로 시작한 산자락은 서쪽으로 올라가면서 병풍을 펼쳐 차곡차곡 쌓아올린듯 높아진다.아미산 정상 만불정은 백두산보다도 355m나 높은 3099m.동남쪽으론 민강과 청의강등 양자강의 지류를,북으론 성도 평원을,서쪽으론 만년설을 머리에 인 대설산을 바라보고 있다.

아미산은 낙산대불로 유명한 동능운산과는 지척간이다.행정구역은 사천성 아미산시이기는 하나 낙산시 낙산대불과 함께 묶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산 아래서 정상까지 올라가자면 50여㎞를 걸어야 했다.골마다 절이고 봉우리마다 불명이다.그래서 최고봉은 만불정이요,주변 봉우리는 천불정이라 했다.아미산은 문수보살의 도량 오대산,관음보살의 보타산,지장보살의 구화산과 함께 중국 4대 불교성지의 하나다.보살행을 실천한 보현보살의 도량인 것이다.산속 여러 절에서 흰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을 모신 보현전을 어김없이 만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서쪽엔 만년설 대운산이

아미산의 대찰인 만년사 무량전에는 동으로 주조한 보현보살상이 있다.송나라 태종때인 980년에 만든 이 보살상은 높이 7.3m에 무게만도 62t에 이르는 대불이다.비파와 공후,피리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미끈한 천인들을 그린 무량전 원형 천정의 비천도는 보현보살을 신비로운 분위기속으로 몰아넣었다.무량전의 본래 이름은 만행장엄전이었다고 한다.그런데 불에 타버려 명나라때 라마교 양식을 본떠서 그 자리에 무량전을 벽돌로 지었다.중국 전통 불교건축에 라마교 양식을 도입한 것은 파격적 불사인지도 모른다.

○청대의 강희황제도 찾아와

만년사의 역사는 우리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진나라때로 올라간다.처음에는 보현사로 불렀다.그러다 당나라 희종때 백수사로,명나라 신종때는 황제가 ‘성수 만연사’란 이름을 내렸다.만년사의 역사처럼 아미산의 절은 거의가 1천500년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아미산은 도교의 보금자리였다고 한다.그런데 외래종교인 불교가 중국 토속신앙격의 도교를 밀어내고 천하명산을 차지했다.

이 명산에는 복호사라는 절이 있다.절 이름은 다분히 도교적이다.복호사 터엔 원래 도교 사원인 도관이 있었다.도교의 명인 순양자가 사람을 해치는 호랑이를 법력으로 굴복시키고 그 터에 도관을 지었다는 것이다.그뒤 불교세력들이 도교사원은 헐어버리고 불교 사원을 지었다.오늘의 복호사다.

복호사 화엄동탑은 화엄세계를 재현해 놓은 탑파다.높이 5.8m로 된 14층의 이 동탑엔 화엄경을 설하는 부처와 그를 따르는 존자상과 함께 19만5천48자의 화엄경 전문이 봉안됐다.명나라 신종때인 1585년 주조돼 성적사에 있던 것을 옮겨왔다고 한다.만년사에 보관돼 있는 불아,패엽경,어인 등 세가지의 유물도 빼놓을수 없는 아미산의 보물이다.어인은 명나라 신종이 하사한 것으로 신종의 어머니는 아미산 만년사를 자주 찾았다는 것이다.

아미산 불교의 본산격인 보국사에서는 다종교사회의 갈등을 해소키위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보국사의 원래 이름은 회종당.1615년 명나라 신종(만역제)때 세운 이 절에는 불교의 보현보살,도교의 광성자,유교의 여러 성인들의 위패를 모셨다고 한다.유·불·도 3교를 받들어야 했던 위정자들의 통치술이 보인다고나 할까.어떻든 회종당은 청나라가 들어서고 강희황제에 이르러 이름을 보국사로 바꾸었다.종교세력도 나라의 은혜를 느껴야 한다는 입장에서 그런 조치를 내리고 충을 강조했던 것이다.지난 1930년대 일제의 침공을 피해 중경에 와 있던 장개석은 훙주산 빈관에 머물며 늘 보국사를 찾았다.절 한 모퉁이엔 그가 ‘보국충정’이라고 쓴 현액이 아직도 걸려 있다.

아미산 절경의 하나가 청음각 언저리다.일찍이 진나라때 시인 좌사가 “어찌 악기가 필요할까.이곳의 맑은 물 흐르는 소리로도 족하구나”라며 경탄했던 곳이다.1702년 청의 강희황제는 흠차대신을 보내 아미산 여러 사찰에 경서 등 황제 하사품을 전달하는 거창한 의식을 청음각에서 베풀었다.그래서 접어정이라 부르기도 한다.강희황제 자신도 여러차례아미산을 찾아왔다.보현보살이 흰 코끼리를 데리고와 흐르는 개울에서 목욕을 시켰다는 세상지 역시 절경이다.

○입구 ‘천하명산’현판 돋보여

아미산은 묏부리만을 삐죽 들어낼 뿐 늘상 운해에 묻혀 있다.그래서 산밑이 아열대일때 중턱은 온대다.그리고 산꼭대기는 한대기후라서 아미산은 식물들이 군락지를 이루었다.알려진 식물만도 5천여종이 넘는 생태계의 보고다.여름철이면 산길에 원숭이들이 나와 등산객들에게 장난을 걸기가 일쑤다.깊은 산속에 들어서면 귀여운 팬더의 재롱을 볼 수 있다.

이백은 아미산을 이렇게 노래했다.‘촉국엔 아름답고 신비로운 산이 많지만 아미산에 비길 바가 아니구나’(촉국다선산 아미요난필).아미산을 떠나면서 산입구에 우뚝한 현판 곽말야의 글씨를 한번 더 돌아보았다.현대중국의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그가 쓴 ‘천하명산’이란 글씨.아미산은 과연 명산이었다.

◎여행가이드/복경∼성도 비행기편 성도∼아미산 버스로

아미산 출발지는 사천성의 수도인 성도로 잡는 것이 좋다.성도까지는 북경이나 상해에서 매일 4차례이상의 비행기편이 있다.비행기요금은 북경기준 11만5천원.북경∼성도까지 기차편도 있으나 가장 빠른 것이 31시간이나 걸린다.

보통 아미산을 갈때 1시간거리인 낙산의 대불(10월27일자 11면 참조)을 거쳐 간다.성도에서 낙산이나 아미산까지는 각각 장거리 버스가 다닌다.성도의 신남문 장거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성도에서 미산현을 지나 협강현에서 낙산과 아미산으로 갈라진다.대략 4∼5시간이 소요되며 비용은 우리돈 3천원내외다.아침 일찍 성도를 출발,낙산대불을 관람하고 발길을 재촉하면 땅거미가 질무렵 아미산지역에 도착하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경로다.<아미산·중국=이석우 특파원>
1997-11-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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