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범죄… 인간이 무섭다(사설)
수정 1996-10-31 00:00
입력 1996-10-31 00:00
첫째로 이들 「막가파」의 범행동기는 피살자에 대한 아무 원한이 없었고 다만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여인」인 탓에 살해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점이다.『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돈 많은 여자를 증오했다』는 범인의 진술에서 부유층에 대한 범인들의 뿌리깊은 증오심을 읽을 수 있다.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회공동체가 이처럼 가진 자에 대한 적개심으로 표출되는 왜곡된 현상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부유층의 분수도 모르는 과시와 낭비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번째로 조직폭력배 우두머리이던 조양은을 미화한 영화 「보스」를 보고 그렇게 되고 싶었다는 모방성이 문제가 된다.폭력을 미화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또 폭력을 다룬 영화·비디오가 범죄유발에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번 사건은 극명하게 보여준다.우리는 폭력·외설영화가 범람하는 현상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우려를 표명해왔다.폭력의 모방성은 청소년에게 범죄의 충동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이런 위험스러운 상황에서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 사전심의가 폐지된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본다.적절한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폭력이란 결코 미화되어서는 안된다.
끝으로 범행의 잔인성과 인성의 황폐화문제다.살려달라고 애걸하는 여인을 생매장한 범인들의 잔인무도성은 도저히 인간이라 할 수 없다.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청소년이라니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막가는 사회」가 만들어낸 돌연변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황금만능주의·인명경시 풍조와 왜곡된 삶의 가치관이 빚어낸 것이 이번 사건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1996-10-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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