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국:2/몸던져 탈세방지(테마가 있는 경제기행: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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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8-28 00:00
입력 1996-08-28 00:00
◎세원발굴하려 위장취업도/장항제련소 굴뚝 그을음 금캐기 “아직도 전설”/건재상 탈세혐의 잡으려 1년간 자재상 열기도

세원 발굴과 탈세의 현장을 잡기 위해 조사요원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다.세무조사의 자료가 되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조사국 직원들은 발로 뛰어 다니며 때로는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캐낸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장병순씨의 일화.『일선 세무서에 근무하면서 장항광업제련소에 세무조사를 나갔던 일이 있었다.그런데 제련소 굴뚝에 붙은 그을음 속에는 금이나 동이 들어 있어서 몇년에 한번씩 수입으로 잡아야 했다.제련소측은 이를 이행치 않았다.그래서 1백m가 넘는 굴뚝의 발판을 딛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그을음의 두께를 재서 금전적 가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세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위험을 감수하며 세원을 찾아낸 장씨의 얘기를 후배 조사요원들은 세원 발굴의 「전설」로 여기고 있다.

조사국장의 책상에는 조사요원들이 모은 한달에도 수백건의 조사 정보가 비밀리에 전달된다.조사요원들이 관할 지역에서 발굴해 낸세원 동향과 탈세 정보다.바로 세무조사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정보를 모은다.

『6하원칙에 의해 세무정보를 정리하고 예상 세액까지 담아 본청으로 보낸다』(국세청 과장)

조사요원들이 보고해야 하는 정보의 건수는 국세청 내규로 정해져 의무성이 있다.1급지 세무서는 2건,2·3급지는 1건씩 매월 보고해야한다.그들은 늘 후각과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니며 평범한 사물도 예사로이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의무감에서보다는 직업적인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한다.『요즘은 고급차도 워낙 흔하지만 차가 귀하던 시절에는 고급스런 차가 지나가면 습관적으로 차번호를 메모했다가 차주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일이 많았다』(조사국 간부 Y씨).한 조사국 직원은 『탈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수사기관처럼 일부러 정보원을 쓰는 일은 없지만 알고 지내는 사업주에게서 예기치 않게 정보를 얻기도 한다』고 알려준다.

정보를 캐내기 위해 조사요원들은 탐문은 물론 위장취업을 하는 수도 있다.신분을 감추려 노력하는 것은 몸에 밴 하나의 습관이다.그들은 외부인들과 얘기할 때 국세청을 회사 또는 공장이라 부른다.따라서 국세청장은 사장이다.

지방국세청의 현직 조사국장인 P국장은 탈세 혐의를 잡기 위해 벙거지를 쓰고 청소부로 위장,현장에 잠입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그의 별명은 「콜롬보」.안무혁 전국세청장이 마치 형사와 같이 일하는 그에게 붙여준 것이다.

또 다른 일화.5공 시절 한 조사국 직원은 건재상의 탈세를 포착하기 위해 1년동안 자재상을 열기도 했다.부동산 투기를 단속하기 위해 복덕방을 개업한다든가 투기꾼 또는 구매자로 꾸며 잠입하기도 한다.

자체개발자료로 불리는 정보외에 제보도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전직 조사국 간부 Q씨는 『제보가 조사자료의 주』라고 했다.제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고 건수도 많다는 뜻이다.제보는 주로 원한에 얽힌 경우가 많지만 외부에서 캐내는 정보보다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수가 많다.그러나 무고도 상당수 된다.5공초기에는 근거없는 제보가 80%이상인 때도 있었다.

통보자료는 청와대·안기부·검찰청 등에서 수집해 통보해온 세금 탈루와 관련된 자료들이다.국세청이 수집한 정보가 다른 기관에 제공되듯 이들 기관의 자료도 큰 몫을 한다.그러나 증권가의 루머는 세무조사에서 채택되는 일은 드물다.<손성진 기자>
1996-08-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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