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이미 절반의 성공/청와대 출입기자가 본 문민정부 1년9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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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1-23 00:00
입력 1994-11-23 00:00
◎사회 곳곳 맑아지고 제자리 찾아/“이젠 자율적으로” 2단계개혁을 시동/공무원 복지부동도 멀잖아 해소될듯

김영삼 대통령의 매제 한사람이 김장철을 앞두고 청와대 식구들에게 멸치액젓 한통씩을 보내왔다.그는 남해안에서 수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 스스로나,그 인척이 청와대 식구들에게 돌린 두번째 선물이다.

첫번째는 지난해 추석 김대통령의 부친 김홍조옹이 1백30포의 멸치를 청와대로 보낸 것이다.꼭 인사를 해야할 곳은 해야하지 않느냐 하는 염려와 함께였다.그때 김옹은 김대통령으로부터 『하시지 않아도 좋을 일을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김대통령이 멸치액젓을 보낸 매제에게 어떤 인사를 보낼지 청와대 식구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대통령의 청렴은 문민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출발점이자 가장 큰 동력이다.민주화투쟁 경력이나 최초의 문민정부라는 점등은 국민들 처지에서 보면 장식 같은 것에 불과하다.「청렴」「깨끗함」 이런 단어들은 개혁에 있어 사실상 최종목표로서의 성격까지 함께 지니고 있다.

물론 개혁과 변화의 궁극적 목표는 부정부패로 압축되는 이른바 「한국병」을 치유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데 있다.그러나 이런 목표들은 깨끗함만 이뤄지면 자연스레 달성될 수도 있는 것들이란 점에서 청렴과 깨끗함은 개혁의 출발점에서 목표까지를 일관하게 되는 주제일 수 밖에 없다.

김대통령이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깰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이제 없는 것 같다.그의 약속은 지켜져왔고 임기를 마칠 때까지 지켜질 것이란 신뢰를 받고 있다.

○군인사 혁명적 개편

김대통령은 취임후 정치개혁법을 탄생시키고 금융실명제를 단행했다.공직자의 재산등록및 공개를 실현했는가 하면 비리 정치인과 공직자를 사정했다.군인사 또한 혁명적으로 개편했다.그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뒤 생명을 중시하는 경제발전,부실함이 없는 경제발전을 새로운 개혁소재로 제시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취임후 공식 점심행사의 대부분을 칼국수로 치르고 있다.지난 여름부터 더운 날에는 칼국수가 도토리 냉면으로 바뀌어 나오기도 한다.

어떤사람들은 우리의 국력이나 발전단계에 비추어 대통령이 칼국수만을 고집하는 것은 상징조작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실제 나라를 개혁하려 한다면 칼국수 먹기 같은 정치적 제스처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김대통령의 개혁에 반대하는 쪽에 선 사람들은 대통령이 개혁의 목표와 과정을 혼동한다고도 말한다.이런 사람들은 『대통령이 돈을 안받는게 목표여서는 안된다.돈을 받더라도 축재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고,돈을 안받더라도 그 때문에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소용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돈을 안받는게 목표가 아니라 나라의 가용자원을 역동적으로 움직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게 목표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실없는 발전제시

이런 주장들은 얼핏 일리가 있어 보인다.특히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개혁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되면서 개혁세력 안에서마저 대통령의 청렴이 무조건 나라에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대통령의 생각은 단호하다.대통령이 돈을 받는 한 개혁이고 선진국 진입이고 모두 불가능하다는 생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사회가 많이 맑아져 정상화되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긍한다.개혁이 성공했느냐,하지 못했느냐의 판단은 다르더라도 우리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정상화되고 있음이 분명한 데도 일부에서 그 현상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27면에 계속>

<26면서 계속>

◎김 대통령 청렴이 원동력/“돈보다 명예·권위 존중” 토대 마련/“정치자금 한푼 안받겠다” 국민에 약속/“최우선 과제” 부실공사 추방에 박차

문민정부가 취한 개혁조치의 대부분이 대통령의 청렴 없이는 추진자체가 불가능 일들이다.대통령이 정치자금을 받는다면 금융실명제는 불가능하다.대통령이 축재할 의사가 있는 한 공직자의 재산등록은 제대로 시행하기 어렵다.예전처럼 여당의 선거운동을 돈으로 할 생각을 가진다면 정치개혁법도 나올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뒤 우리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떠 오른 부실공사의 추방도 앞서의 개혁조치들에 못지 않게 대통령의 청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지나간 정권들이 거둬들인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이 대형 건설사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어떤 정권 때는 1백억원짜리 이상 공사는 정부의 특정기관이 맡아 일정률의 정치자금을 구별 없이 뗀 것으로도 전해진다.그런 상태에서 건실한 공사가 있을리 없고 정부가 부실공사를 추방하자고 주장할 수 도 없는 일이다.대통령과 정부가 업계와 공범관계에 있는 터에 부실공사가 추방될리 만무하다.

○호소형 연설을 시작

김영삼정부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부실공사의 추방을 외치고 관련업자를 사법처리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대통령의 청렴에서 비롯 된다.개혁의 출발이자 목표가 대통령의 청렴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김대통령은 강압적이고 타율적인 방법의 개혁에서 자율적이고 양심에 호소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개혁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성수대교사고 뒤 김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호소형의 연설을 하고 있는 데서 이런 변화가 읽혀진다.김대통령은 지난 5일 내무부의 전국기관장대회에서 치사를 통해 『나라를 살리느냐,불행하게 하느냐는 공무원 여러분들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우리 한번 다시 뛰자』고 호소했다.위대한 조국을 후손에게 남겨주기 위해 뛰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명선거 풍토 정착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은 이미 절반은 성공 했다.대통령이 돈을 받지 않는 한 개혁의 바람은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를 변화시켜 갈 수 밖에 없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대통령만 돈을 안받을 뿐 나머지는 받는다고도 말한다.이들도 그러나 설령 돈을 받더라도 예전보다는 덜 받거나 조심스러워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김대통령의 개혁이 절반은 성공한 이유가 이런 것이다.대통령이 돈을 받지 않는 한 이런 분위기는 확산되게 마련이다.

한 대통령이 돈을 받지 않는 정치를 한다면 다음 대통령도 돈을 받기는 어렵다.한번 돈 안드는 선거를 치르면 그 다음에도 돈 안드는 선거가 쉬워진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부정부패의 금단현상이라는 풀이가 있다.금단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게 마련이다.그리고 대통령의 돈 안받기가 변함 없이 계속된다면 공직사회에 새로운 기풍이 살아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돈을 받지 않음으로써 법은 비로소 돈 위에 서게 된다.사회기강이 잡히게 되고 돈보다 명예와 권위가 존중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대통령이 돈을 받지 않는 한 개혁은 성공하고 있고 성공하게 마련이다.<김영만기자>
1994-11-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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