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타개로 민심얻기” 총력 경주/김정일의 내치·외교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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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13 00:00
입력 1994-07-13 00:00
◎“대중관계 우선” 기존 외교노선 고수

「김정일의 북한」이 구사하게 될 대내외 정책은 필연적으로 개방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문제다.물론 단기적으로는 김정일체제의 확립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급격한 정책변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폐쇄와 고립속에서 통치해온 북한사회를 어떤 방식과 속도로 개방해나가는가 하는데 김정일의 정치력이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이 사망한뒤 4일동안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망발표 ▲장의위원회 구성 ▲김정일에 대한 잇따른 충성 선언 ▲당중앙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소집 ▲시신공개 및 김정일 참배 방송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볼 때 김정일로의 권력 이동은 매우 빠르고도 순조로운 것으로 비친다.

북한은 오는 17일 김일성의 장례식이 끝나면 대내적으로 김정일체제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한 사상교육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일성의 업적을 찬양하면서 「주체2혈통의 순수성」을 내세워 김정일체제의 정통성을확립하려 할 것이다.일부에서는 북한 군부의 반금정일쿠데타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김정일이 지난 80년 노동당 6차대회에서 당 군사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군사분야에 개입해와 정상적인 지도력만 발휘한다면 군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물론 새로운 권력자의 등장에 따른 각 분야의 인적개편 과정에서 불만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김정일이 대내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보다는 좌초 직전의 상태에 놓인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이 시급하다.북한의 경제는 지난 89년 이래 4년동안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해마다 2백만∼3백만t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여건이어서 북한주민의 불만은 폭발직전이라는 것이 최근 북한을 다녀온 인사들의 증언이다.김정일은 경제난의 타개를 위해서는 개방이라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우리 정부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개방을 시작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 스스로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따라서 김정일은 옛소련의 고르바초프가 시도했던 급격한 개방과 개혁보다는 중국의 등소평이 추진하고 있는 점진적·단계적·계획적인 개방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의 외교력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무하다』『사실상 핵을 둘러싼 북한외교를 주도해왔다』는 상반된 주장이 나올 정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의전을 중요시하는 외교관계에서 김정일이 김일성 만큼 「틀」이 좋지 못하고,이름이 갖고 있는 무게도 훨씬 덜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특히 북한핵을 둘러싸고 세계를 상대로 「공갈과 협박」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한껏 유화제스처를 쓰는 노회한 김일성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다만 김용순대남담당비서 황장엽국제담당비서 강석주외교부부장 김영남부총리겸 외교부장등 개방적인 북한외교의 베테랑들이 대부분 김정일의 측근이어서 지금까지의 외교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은 대외관계에서 우선적으로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중점을 둘 것에 틀림 없다.김정일외교는 17일 이후 재개되는 미국과의 3단계 회담에서 시험대에 서게될 것 같다.핵문제는 북한의 국가전략과도 직결돼 김정일의 향후 대외정책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중국·미국과의 관계가 순조롭게 형성된다면 경제적 지원을 염두에 둔 일본과의 수교문제,소련의 붕괴후 소원해진 러시아와의 관계회복이 김정일의 외교적 과제가 될 것이다.<이도운기자>
1994-07-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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