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일인” 비하속 부러움의 시선(박강문 귀국리포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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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5-29 00:00
입력 1994-05-29 00:00
◎불,자존심­실리의 갈등… 이젠 자본유치 노력

에디트 크레송이 프랑스 총리직에 있으면서 앞뒤 헤아리지 않는 직설적 발언으로 풍파를 일으키곤 했다.이 여총리는 유럽에 경제적으로 무섭게 진출하고 있는 일본을 싫어했다.91년 그가 『우리는 일본인처럼 개미같이 살고 싶지는 않다』고 한 말에 일본인들이 발끈했다.도쿄에서는 시위 군중이 크레송 인형 화형식까지 벌였다.

그 바로 6개월 뒤 크레송 내각의 베레고부아 재무장관이 일본을 방문해서는 『프랑스에 많이 투자해 달라』고 기업가들에게 부탁했다.이때부터 사실상 프랑스와 일본 사이가 부드러워지고 그뒤 총리직이 크레송을 떠나 베레고부아를 거쳐 오늘의 발라뒤르에 이르면서 감정 대립은 사라졌다.

「개미」발언 사건과 그후 추이는 자존심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준다.개미로 보고 싶지만 공룡이 되어 있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는 달리 영국은 역시 실리위주라 일찌감치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최대한 끌어들여 고용확대를 꾀했다.같은 섬나라여서인지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도 짝자꿍이 잘 되었다.이 영국을 발판으로 일본은 유럽 시장을 파고들었다.

우선 자동차 한가지만 보자.일본의 닛산 자동차회사는 영국에 공장을 지니고 있다.혼다 자동차회사는 영국의 로버 자동차회사의 주식 20%를 가지고 있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협력하여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자체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프랑스의 입장에서 보면 배반이나 마찬가지였다.프랑스는 영국을 「일본의 다섯번째 섬」이라고 이죽거렸다.

일본 자동차공장은 영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닛산자동차는 스페인에도 공장 5개를 두고 있다.닛산·도요타·혼다 등 일본차의 유럽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2%를 넘어섰다.아일랜드 같은 곳에서는 40%를 차지한다.

일본 자동차 수입은 1999년까지 유럽 자동차 시장의 16%내에서만 허용하고 한해 1백23만대가 넘지 못하게 하기로 유럽공동체 국가들이 91년 합의했지만 그뒤는 무제한이다.프랑스 자동차업계는 이 합의를 매우 못마땅한 것으로 보아 반발했으며 신문 리베라시옹은『2000년부터 유럽에 일본차 홍수가난다』고 걱정했다.

프랑스 관계자들은 자국의 투자 환경이 얼마나 좋은가를 열심히 열거하면서 프랑스에 공장을 짓도록 권유한다.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이다,물과 전력사정이 좋다,통화가 안정돼 있다 등등….

그렇건만 프랑스에 이미 있는 외국 공장들마저 인건비가 싼 영국이나 딴 곳으로 옮길 궁리를 하고 있다.미국계의 후버 회사는 이미 프랑스내 공장을 영국으로 옮겼다.사용주는 노동자의 높은 사회복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긴 휴가를 주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진다.일본에서 차 한대를 만드는데 17시간 걸리는데 프랑스에서는 그 갑절이 걸린다면 딴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문제는 문제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우그룹이 프랑스에 텔레비전 공장을 세워 커다란 환영 속에 올해 가동을 시작했으며 많은 기업들이 그 성공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프랑스인은 한편으론 일본인의 근면성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비하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것을 밑거름으로 한 일본의 경제적 힘에 외경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그렇지만 프랑스적 생활방식을 바꾸려하지는 않을 것이다.『우리도 일본인처럼 여가도 없이 일벌레처럼 한다면야 일제 차만큼 싸게 못만들겠나』 프랑스차 대리점 주인의 말은 크레송과 같은 맥락이다.사실 프랑스는 최첨단 우주항공분야의 선진국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로 토론이 발전하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프랑스는 거리의 신문가게나 담배가게 주인도 여름이면 한달간 문닫고 남쪽 지중해안으로 가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나라다.또한 그럴 만한 나라이기도 할 것이다.
1994-05-2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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