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 “무난” 내치엔 “소홀”/민주 KT호 출범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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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3-11 00:00
입력 1994-03-11 00:00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는 요즘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단순히 지난해 이맘때 제1야당의 「얼굴」이 된 뒤 취임1주년을 맞았대서가 아니다.
지도력 부재라는 비판과 함께 복잡한 당내사정으로 뒤뚱거린 적도 많았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말 많은 민주당을 이끌어왔고 특히 꼭 1주년이 되는 11일에는 김영삼대통령과 새정부 출범이후 두번째 여야영수회담을 갖기로 돼있기 때문이다.더욱이 이번 회담은 그에게 제1야당대표로서의 무게를 더해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아 이대표는 이래저래 고무되어 있는 표정이다.
이대표는 10일 아침 북아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동안 시대의 요청인 개혁과 변화에 정확한 비판을 가하고 바람직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등 선도적 역할을 하는데 당운영의 역점을 두었다』면서 『하지만 당내문제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스스로 평가를 내렸다.그러면서 이대표는 지난해 정기국회 때의 통신비밀보호법 제정,안기부법 대폭 개정,민자당의 예산안 날치기 저지등과 지난 임시국회에서의 통합선거법등 정치관계법 통과,지방선거의 동시실시 관철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을 열거했다.민주당과 이대표가 제역할을 다했기에 이런 것들이 가능했다는 뜻이었다.그는 또 우루과이라운드(UR) 재협상 요구,물가를 포함한 민생문제의 적극 이슈화,생활정치 전개등을 예로 들며 『야당이 정책적으로 중요한 일을 했다』고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지난 한해는 이대표에겐 힘겨운 한해였다.정계은퇴를 선언한 김대중전대표의 배턴을 이어받아 야당의 새로운 선장으로 자리매김한 그이지만 기쁨도 잠시,이내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기분이 될 수 밖에 없었다.「9인9색」으로 상징되는 당내의 철저한 계파몫 챙기기와 김영삼정부의 강도 높은 개혁드라이브는 이대표를 더욱 옥죄어왔기 때문이다.지도력의 위기라는 표현은 늘상 하는 얘기가 돼버렸고 이상하리만치 김영삼정부에 찬사를 보내는 국민들도 야당에는 고운 시선을 주지 않았다.당도 바람잘 날 없이 시끄러웠다.
그러나 이대표에게도 기회는 찾아왔다.그것도 야당불모지역인 강원도에서였다.지난해 6월 명주·양양 보궐선거의 승리를 계기로 점차 기력을 회복,여권의 개혁과 사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물론 지난날의 야당과는 달리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달리지 않고 개혁과 청산과제를 제시하는등 정국운영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여기에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한다」는 그의 소신도 한몫 한 셈이다.
하지만 이대표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라는 지적이 많다.우선 지도력 빈곤이 떠오른다.김전대표 때의 당장악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지난달 당내 비주류측의 조기전당대회 요구가 드셀 때 동교동을 방문하는등 여전히 「김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대표의 「홀로서기」가 아직도 멀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대권도전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면서도 국민들에게 강한 지도자상이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새 정치환경을 맞아 당을 정책정당으로 변모시켜야 하고 야권통합을 통해 참신한 인사들을 영입,당의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당내문제에 최선을 다해 내년에는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이대표의 다짐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 두고볼 일이라 하겠다.<한종태기자>
1994-03-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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