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그리스가 세계서 최고(현장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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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2-19 00:00
입력 1994-02-19 00:00
◎GDP의 30%… 실업 늘수록 번창/마약거래서 용돈벌이까지 포함/일,실업률·지하경제 최저… 상관성 입증

세계의 실업문제가 한층 심화되리라는 밝지 않은 전망에 기대어 「어둠」속의 지하경제가 곳곳에서 번창해가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불어나는 만큼 국가통제 및 통계망을 벗어난 경제활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경우가 대량으로 늘어나는 것이다.「블랙 이코노미(검은경제)」로 불리는 지하경제는 마약거래나 부정부패한 자금의 돈세탁 등 검고 악한 경제활동은 물론 애봐주기 부업이나 행상 등 결코 악하다고 할 수 없는 용돈벌이 및 호구지책도 포함된다.

○국가 통계망 벗어나

국가의 통계망,보다 정확히 말하면 세무당국의 눈에서 벗어난 탓에 블랙으로 치부되는 이 비공식적인 경제는 그러므로 공식통계 작성이 불가능해 재주껏 추정할 따름이다.지금까지는 뇌물관행이나 조직범죄등 사회적 요인과 연관되어 각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추론되기 십상이었는데 실업문제가 전면에 대두되면서 실업율과 「세금물지 않은 돈벌이」의 총합인 지하경제간의 긴밀한 상관성이 돋보이게 된 것이다.

그런대로 괜찮게 사는 산업국가로서 세무행정 체계가 자리잡힌 나라 가운데 지하경제가 가장 왕성한 국가는 그리스.국내총생산(GDP)대비 규모가 무려 30%에 달한다.스페인 25%,이탈리아 21%로 이어지고 벨기에와 스웨덴이 14%이며 독일·프랑스·영국·미국도 10%를 웃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선진24개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이들 그룹 평균치의 절반도 안되는 6천달러에 불과한데 실업률(9%)측면에 앞서 선진국 평균의 3배에 육박하는 재정적자(GDP대비16%)가 이나라의 유별나게 무성한 지하경제를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스페인 경제에서 실업과 지하경제의 깊은 상호관련성이 잘 드러난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현재 23%로 OECD 최고치이며 대륙전체가 실업문제에 골머리를 앓고있는 서유럽 평균의 꼭 두배에 해당한다.경기가 지금보다 호황이었던 80년대 통틀어서도 스페인은 18%의 실업률을 기록했었다.이같이 유럽적 기준에서 「극악한」 실업난속에서도 스페인은 1인당 국민소득 1만3천달러와 함께 큰 사회적 위기없이 꾸려가고있다.다름아닌 1년 총생산의 4분의1에 이르는 세금없는 수입,지하경제 덕분인 것이다.

○실업수당도 챙겨

실업수당제가 일반화된 유럽의 다른나라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실업률은 실업수당을 요청한 사람수와 직결되는데 스페인의 이런 실업자중 3분의1이 지하경제 활동을 통해 수입이 있으면서도 실업수당을 챙겨가는 「위장」실업자인 것이다.중요한 사실은 이처럼 스페인의 안정과 복리에 기여하는 지하경제 활동중엔 물론 마약거래등의 사회악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세금을 물지 않아서 「검다」고 불릴 뿐 활동자체가 검고 악한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블랙 이코노미를 「숨겨놓은일자리」라고 긍정적 톤과 함께 일컫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나아가 그리스나 스페인보다 훨씬 잘살고 깨끗해보이는 벨기에나 스웨덴,독일의 검은경제 비중이 예상보다 높은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지하경제 규모가 10%인 미국의 경우 범죄적 돈세탁을 통한 탈세보다는 불법이민들의 수입등 세금을 낼래야 낼수 없는 검은돈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있다.한나라의 징세율이 높을수록 징세원의 눈을 피한 돈벌이가 흥할 터인데 최근에는 징세율 요인에 이어 실업증가가 지하경제 규모를 자연스레 확대시키는 것이다.

○실업수당도 챙겨

실업률이 유럽에서 가장 낮은 스위스(5%),2차대전이후 이상적 최저실업률인 3%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지하경제 규모가 4%로서 세계최저인 사실에서 실업률과 지하경제간의 상관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국가의 징세 그물을 용케 피한 지하경제가 비록 저수입층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바 적지 않다 하더라도 어떻든 지하경제는 축소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세금수입 때문이 아니라 지하경제의 증가는 곧 실업의 증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김재영기자>
1994-02-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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