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대법원장의 100일/노주석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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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1-05 00:00
입력 1994-01-05 00:00
그러나 고색창연한 서소문 대법원청사 3층 집무실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지난 짧은 기간을 추스려보는 사법부수장의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는 점은 쉽게 가늠할 수가 있었다.
지난해 9월27일 취임사를 통해 「국민을 위하고」,「국민의 편에 선」개혁이라는 사법부의 코페르니쿠스적인 변신을 선언한 윤대법원장의 지난 1백일간의 족적은 「새로운 사법의 태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변화의 연속이었다.
윤대법원장이 취임이래 보여준 「기득권버리기」는 보수적인 재조 법관출신이라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신선했다.
그의 취임후 인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기위해 나온 구속심리강화지시나 피의자를 연행한뒤 일반영장을 발부받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등 일련의 조치와 판결은 일반국민들은 물론 법조인들에게도 새로운 바람으로 와닿았다.김기웅순경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처한 대법원의 발빠른 대처를 지켜본 사람들은 『법원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판사가 편해지면 국민들이 불편해 진다고 한다.바꾸어 국민들이 편하면 판사들이 불편해진다는 당연한 이치를 실천하는데 그는 인색하지 않았다.윤대법원장은 판사들이 불편해지는 쪽을 서슴없이 택했다.사법부개혁을 주도하는 윤대법원장이 품고 있는 개혁의 요체이다.
제도개선의 뒷받침이 없는 사법개혁이란 물거품일뿐이라는 국민적 여론을 받아들여 지난11월 닻을 올린 사법제도발전위원회는 그의 첫 야심작이다.30명의 위원중 학계·정계·행정부·언론계·사회단체등 다양한 경력과 직역의 인사들을 과감하게 기용,대법원 외부기관으로 발족시킴으로써 그의 여일한 신념을 짐작케 했다.
윤대법원장이 1백일만에 이뤄놓은 사법개혁,엄정한 법집행을 위한 분위기조성,올바른 법정관행의 정립,대국민사법서비스의 확대,재야법조와의 관계 재정립등 법원내부의 자율적인 개혁은 사법위의 제약없는 활동을 뒷받침했다.
고산 윤선도의 12대 손인 윤대법원장의 임기는 99년 9월까지이다.맛과 멋의 고향인 남도(해남)출신답게 그가 준비중인 잔치상을 얼마나 맛깔스럽게 국민들에게 제공할 것인지 뒷마무리에 기대를 걸어본다.
1994-01-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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