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사정」큰획… 여진 가능성 잠복/율곡사업 특감결과 발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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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10 00:00
입력 1993-07-10 00:00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의 가장 큰 성과는 『군전력증강사업이라는 「성역」을 감사했다』는 그 자체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가 성공했다 또는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결론을 내릴 필요성도 없을 것 같다.
9일의 발표로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부터는 더욱 효율성있는 감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의 내용에서도 노력의 흔적을 엿볼수 있다.
전직국방부장관 2명과 해·공군의 참모총장등 6명이 고발돼 사법처리를 받게되고 22개 무기체계에서 1백18건의 부당사항을 적발했다는 것은 규모로 볼 때 눈길을 끈다.
또 특정 무기체계를 감사한 감사요원이 군내부에서도 모르던 결정적인 결함을 발견,깜짝 놀라게 하고 시정시키는등 질적인 성과도 일부 발견된다.
이회창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감사를 벌였으나 얼마만큼이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두렵다』고 말했으나 감사원 관계자들은 율곡감사의 결과에 내심 흡족해하는 표정들이다.
반면 이번 감사과정에서는 몇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우선 74년 이래 30조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에 대한 감사가 너무나 급작스럽게 착수됐다는 점이다.
물론 감사의 기법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과 함께『감사원이 군을 너무나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일으켜 제대로 협조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와함께 처음 시도한 비리혐의자 출국금지 조치및 예금계좌추적 과정에서 가장 엄정해야 할 사정기관이 「기본권 제한」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초 감사원이 법무부에 요청했던 출국금지자 21명 가운데 일부는 감사원에서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출국금지자 가운데 일부는 감사원에 요청,출국을 한 경우도 있어 그럴 바에야 애당초 왜 무리하게 출국을 금지했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내 사정으로 충분한 기간을 두고 감사를 하지 못한 것과 감사요원의 전문성 부족등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관들은 한결같이 『율곡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이 비밀리에 이루어져 한번도 검증받지 않은 점』이라고 비밀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감사결과도 여러가지 이유로 해서 대부분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점이 이번 감사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하는 점 가운데 하나다.
○…율곡사업에 대한 특별감사는 일단 마무리됐지만 파장은 계속될 것 같다.
율곡사업의 대표격인 차세대전투기사업과 관련한 감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연관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노태우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문제도 쟁점으로만 끌어내고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관심을 모았던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문제는 이원장이 회견을 통해 조사입장을 강력히 시사했으나 현실화될 지는 계속 의문으로 남고 있다.
감사원에 대한 노씨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원장은 이날 『노전대통령의 측근을 통해 소명할 용의가 있는지 타진해보았으나 난색을 표시했다』고 매우 민감한 사안을 공개했다.
이원장은 특히 『국방부에서는 차세대전투기 기종을 변경한 것이 노전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서 그 지시자체가 쟁점으로 부각되어 있고 이러한 기종변경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었다는 제보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구체적인 사실을 거명하며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이도운기자>
1993-07-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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