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후 전 일 총리가 본 한국의 변화/서울신문 단독회견
수정 1993-04-29 00:00
입력 1993-04-29 00:00
일본정치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전일본총리는 28일 서울신문과의 단독회견에서 김영삼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은 「21세기를 향한 한국의 일보전진」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출범2개월을 맞은 김대통령의 개혁작업을 높이 평가했다.가이후 전총리는 한국의 정치개혁은 현재 일본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김대통령은 험난하지만 올바른 선택인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신한국을 창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가이후 전총리는 자신의 도쿄사무실에서 가진 회견에서 한국의 개혁,경제,한·일관계,북한문제등에 대해서도 폭넓은 견해를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의 요지이다.
한국에는 지금 강한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김영삼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이같은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총체적 부패 수술
▲김대통령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도려내는 과감한 개혁을 통해 정치와 국민간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정치는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진정한 민주화는 국민의 뜻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민의의 의미를 체험을 통해 터득한 김대통령의 개혁은 21세기를 향한 한국의 일보전진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과정이라고 생각한다.한국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대통령이 추구하는 재산공개를 통한 부정부패추방과 깨끗한 정치실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과 일본은 나름대로의 국내정치사정이 있다.그러나 정치와 돈의 관계를 국민앞에 깨끗이 밝혀야 하는 당위성은 공통의 과제다.김대통령이 추구하는 부정부패 추방을 통한 깨끗한 정치실현은 국민편에 선 정치개혁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정치개혁의 최종목표는 정치가 투명하고 정책중심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따라서 정치윤리의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김대통령이 재산공개에 이어 정치윤리확립을 위해 법개정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깨끗한 정치의 제도화를 위한 바람직한 수순이다.
일본에도 정치개혁논의가 활발하다.한국의 정치개혁과 비교하면 어떤가.
○국민 신뢰감 높여
▲일본과 한국은 역사와 문화면에서 상당부분 같은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외에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국이다.
그리고 지금은 정치개혁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일본은 일본나름의 정치개혁을 논의하고 있지만 깨끗한 정치실현이라는 궁극적지향 목표는 같다.그러나 김대통령은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등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도 그런 개혁을 하고 싶다.
○과감한 실천 주효
일본의 정치개혁은 지금 국회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다.나는 일본도 반드시 정치개혁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회의원 각자의 강한 개혁의지가 필요하다.한국의 개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도 일본의 과감한 정치개혁은 시급을 요하는 과제다.
김대통령의 「위로부터의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대통령의 그같은 개혁은 올바른 선택이다.일부 지도층이 권력과 돈을 독점하고 특혜를 누린다면 땀흘려 일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그들을 어떻게 보겠는가.기득권층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사회구조는 국민의 활력과 의욕을 잃게 하고 민주주의와 자유경제체제에 회의를 갖게 한다.이러한 사회구조를 뜯어 고치고 기득권층에도 법과 정의가 적용되게 하려는 김대통령의 개혁은 험난한 선택이긴 하지만 백번 옳은 결단이다.
김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인상은.
▲김대통령은 부정부패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경쟁을 저해한다는 역사인식을 갖고 부정부패풍토의 근절을 위해 대담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김대통령은 이러한 개혁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신한국을 창조하고 있다고 본다.
김대통령의 경제정책과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21세기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점할 비중이 커질 것이란 예상은 일반적인 것이다.한국은 국민소득의 증가와 더불어 수출역시 늘어나 경제력도 강해질것으로 본다.일본과 같이 수출이 증가,무역흑자가 되는 것은당사국으로서는 나쁠게 없다.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이같은 무역흑자가 곧잘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키게 되므로 무역흑자 환원을 위한 국내외적인 자금관리정책이 필요하다.멀잖아 세계경제 지도국의 지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이는 한국도 이러한 과제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북핵에 공조대응
냉전체제붕괴후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경제시대」라는 새로운 국제정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세계관에 대한 평가는.
▲국제정치 참고서에도 전혀 상정되지 않았던 공산주의의 퇴장과 구소련의 붕괴등으로 세계정세는 크게 바뀌었다.지난 91년 런던에서 열린 선진7개국(G7)정상회담때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대통령이 서방진영의 자금및 기술지원을 호소하는 역사적 변화의 현장을 목격한 바 있다.냉전구조가 붕괴된 지금 정치지도자의 최우선 과제는 자국민의 생활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일미사이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무역마찰 또한 격화되고 있다.글로벌한「경제경쟁」이라는 변화의흐름에 한국경제가 적절히 대응할수 있도록 하기위한 경제개혁은 바람직하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대통령의 대일외교를 어떻게 보는가.
▲일한관계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김대통령의 대일외교관에 감사하고 싶다.일본은 이같은 김대통령의 대일외교및 종군위안부문제와 관련,물질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결단에 대해 자주적 판단에 의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그밖의 과거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스스로 반성하는 역사인식의 바탕위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과거청산은 일본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문제는.
▲북한문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빼놓을수 없는 중대한 이슈다.한국,일본등 관련국들은 북한이 국제질서 안으로 들어와 「같은 사고」와 「같은 방향」으로 나갈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그러나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하는등 부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일본은 북한의 핵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김대통령이 고위급회담과 핵통제공동위등을 통해 지도력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본인이 참석했던 지난주 로스앤젤레스 「태평양 심포지엄」의 중요이슈도 북한의 핵문제였다.미국의 클린턴정부도 북한의 NPT탈퇴문제로 고심하고 있다.한국은 일본,미국등과의 공조하에 북한에 대한 설득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붓통 선물을 애용
김대통령과의 친분관계는.
▲김대통령과는 대통령취임전부터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방문하기도 하는등 두터운 친분이 있으며 큰 호감을 갖고 있다.김대통령으로부터 친필로 사인한 붓통을 선물받기도 했으며 지금도 애용하고 있다.선거구민들이 가끔 붓글씨를 써달라고 요구할 때마다 이 붓통을 보며 김대통령을 생각한다.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자신의 높은 뜻을 실현하기 위해 험난한 길을 한발한발 가고 있는 김대통령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성원을 보낸다.<도쿄=이창순특파원>
1993-04-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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