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관계 전망(한·중수교/동북아 새 질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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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8-24 00:00
입력 1992-08-24 00:00
한중수교는 향후 개방이냐,아니면 체제고수냐의 선택을 강요할 것으로 보여 북한에게는 정권수립 이후 최대의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및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잇단 몰락 이후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반자였다.따라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었던 「대형」 중국의 대한수교가 북한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리란 것을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받은 충격파의 지속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의 한중수교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외개방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기왕에도 원유와 식량난으로 대변되는 경제난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대미·일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터다.따라서 이런 시점에 이뤄진 한중수교는 북한에게 탈국제적 고립을 위해 적극적인 대외개방조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중수교에 나선 중국도 이번 수교와 관련,북한에 대해 사전양해를 구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에 대해 대북교차승인을 촉구하고 이의 성사를 위한 측면지원등 지원책을 북한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권의 불안정을 초래할 북한의 고립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북한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과의 수교사실을 지난 4월 김일성주석의 80회생일 행사때 방북했던 양상곤 국가주석 등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역시 중국이 의리를 지킬만큼 지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을 비난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며 구소련의 경우와는 달리 북한과 중국은 향후에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함께 동북아지역 특히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놓고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역시 한·중수교로 남한에 대한 부담을 벗고 대북수교를 촉진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환경의 변화와 함께 북한정권 내부에서도 남한과의 경협및 대서방 관계정상화를 이룩,실리를 추구하려는 개혁·개방세력의 입지가 강화돼 개방노선으로 방향타가 잡힐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념이나 정책면에서 중국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아왔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중수교가 중국에서 개혁파의 정책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같은 맥락에서 북한내 개혁파의 입지 또한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수교 시점에 맞춰 북한은 한·미·일이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남북상호핵사찰이나 이산가족문제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즉 북한으로선 핵사찰수용 이외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이들과의 관계개선이 불가능한데다 계속 버틸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경제난의 심화가 불을 보듯 뻔해 결국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상호사찰을 그리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핵사찰을 수용하더라도 한미 양국을 비롯한 서방측의 대북요구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남북한 상호 핵사찰요구를 그들의 「무장해제」로 해석,자칫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IAEA의 핵사찰이 끝날 때까지,또 남한과 미국의 대북 핵정책의 강도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되는 양국의 대통령선거 이후까지는 태도변경을 유예할 것이라는 풀이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핵에 걸려 답보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이상 단기적으로는 관계의 급진전등 가시적인 열매가 맺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또 한·중수교=북한의 대외개방이라는 등식의 예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남북한 교차승인 즉 분단의 고착화라고 해석,「하나의 조선」논리를 계속 주장해온만큼 이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북한이 정권 창출전부터 모든 정책수립에서 중국을 모델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할때 그들 역시 한·중수교가 창출할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지 않을 수가 없으리란 전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환경변화는 북한 내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남북관계에도 필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김수정기자>
1992-08-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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