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실패이후의 정국풍향은(크렘린 대지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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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8-22 00:00
입력 1991-08-22 00:00
◎페레스트로이카 가속이 붙는다/권력구조 변화등 후유증 뒤따를듯/서방의 경원 가시화… 동서화해 공고히

소련의 강경보수파들의 쿠데타가 「3일천하」로 막을 내린것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좌초의 위기에서 부활했음을 의미한다. 잠시 거꾸로 가던 「크렘린의 시계」가 멈추고 소련은 다시 페레스트로이카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으로 자유의 실체를 체험한 소련국민들이 보수파를 거부하고 있음이 이번 쿠데타를 통해 실증됨으로써 소련의 개혁과 개방은 더욱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쿠데타 실패는 오랜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았던 소련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련은 이같은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바탕으로 보다 빠른 속도로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소련의 보수적 성향은 아직도 매우 깊다. 그러나 이번 강경보수파들의 쿠데타 실패는 소련 사회가 민주적 체제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쿠데타의 후유증에서벗어나 소련이 안정을 되찾은 후 소연방들은 예정대로 신연방조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신연방조약 체결을 거부한 발트해 3개 공화국은 비롯 6개 공화국이 조약체결을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각 공화국간의 관계는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수 있다.

고르바초프를 축출한 강경보수파의 쿠데타가 실패한후 일단 고르바초프가 다시 소련의 최고지도자로 복귀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쿠데타로 큰 상처를 입었다고 볼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많은 소련문제 전문가들은 고르바초프는 보수와 개혁파간의 완충역할을 하며 행정수반으로서의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전부일 것으로 전망한다. 고르바초프의 시대가 다음 선거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반면 고르바초프의 계속 집권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국제정치에서의 고르바초프의 위상과 그의 개혁정책을 감안할때 소련국민들이 그의 계속집권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이번 쿠데타로소련에서의 그의 비중이 더욱 중요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함께 향후 소련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지도자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다. 옐친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의 성공을 저지한 「피플파워」의 구심점이었다.

옐친은 쿠데타로 소련이 침묵할때 분연히 일어나 쿠데타를 비난하고 반쿠데타 운동을 선도했다. 이러한 그의 역할은 소련국민들과 서방세계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옐친이 소련의 최고 지도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볼수 있다.

옐친이 집권할 경우 소련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옐친은 그동안 소련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시장경제도입 뿐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옐친이 주장하는 급진경제개혁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소련의 경제개혁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르바초프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접목시키는 「경제실험」이 아직 결실을 맺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난 70년간의 공산주의 경제실험이 실패로 끝났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소련은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방세계도 소련의 경제개혁을 보다 적극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국제 정치학자들은 서방세계의 미온적인 대소 경제지원이 소련의 경제난을 악화시키고 쿠데타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도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에 보다 관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소련의 「불확실성」 때문에 대소 경제지원을 주저해왔다. 미국의 이같은 정책으로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방선진국들도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에 인색했었다.

소련의 강경보수화 움직임이 일단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고르바초프의 신사고를 바탕으로 한 동서화해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련의 쿠데타로 한때 냉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렸었으나 냉전구도는 일단 청산되었다고 볼수 있다.

소련 지도부가 앞으로 어떤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냐에 따라 국제정치 기류가 크게 바뀌겠지만 소련이 보다 개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제정치의화해무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의 「피플파워」는 공산주의로의 회귀를 거부했다. 소련국민들은 보다 개방된 민주주의 사회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지도가 하나의 「민주주의」 세계로 통합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이창순기자>
1991-08-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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