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엔가입안 안보리통과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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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8-09 00:00
입력 1991-08-09 00:00
◎“일사천리”… 「거부권의 벽」은 없었다/심사위 보고서 토의·투표절차 생략한채 처리/미의 북한핵 제기 움직임에 우리측 “불원” 전달

○…냉전과 남북한 대결논리에 밀려 40여년간을 표류하던 남북한유엔가입은 8일낮 유엔 안보리에서 약9분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한국의 유엔가입안은 지난49년 1월 처음 제출된 이래 9번째만에,북한가입안은 49년 2월이후 5번째 제출만에 각각 안보이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당초예정보다 약28분 늦게 열린 이날의 제3001차 안보이사회는 남북한 유엔가입의 승인을 총회에 권고키로한 신규회원국가입심사위원회의 심사보고서를 의제로 상정한뒤 토의와 투표절차를 생략한채 의장이 『이의가 없느냐』고 묻고 15개 안보리이사국대표들이 『이의가 없다』고 답변하는 것으로 처리절차를 끝냈다.

남북한 가입권고안이 채택된뒤 호세 아얄라 라소 의장은 미리 준비한 성명서 낭독을 통해 남북한 동시가입의 역사적·정치적 의의를 강조하며 『유엔안보리 의장으로서,그리고 모든 유엔회원국을 대신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유엔가입에 축하의 말을 보내게 된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측 대표단의 자리에는 서울에서 온 이병기 청와대의전수석비서관,문동석외무부국제기구조약국장의 모습이 보여 눈길을 끌었다.

○…가입안이 통과되자 노·박 두대사는 서로 악수를 나눈뒤 의장석으로 찾아가 아얄라 안보리의장과 번갈아 축하인사를 나눴다.

한편 노창희 주유엔대사는 이날 안보리가 남북한의 유엔가입권고결의안을 채택한데 대해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청산하고유엔이 지향하는 보편성원칙을 진정으로 구현하게 됐다』고 말하고 『유엔이 과거와 같은 남북한의 대결의 장이 아닌 화해와 협력의 무대가 되어 남북관계의 발전과 통일의 조기실현에도 적극 기여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박대사는 동시가입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퉁명스럽게 답변했다.

○…당초 이번회의에선 미국대표가 북한의 핵개발문제를 거론,북한가입안 처리에 「흠」을 낼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그럴 경우 북한의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이 북한입장을 살려주기 위해 주한미군철수라든가 한반도비핵지대화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이번회의에서 토론이 생략된것은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놓고 이런 엉뚱한 설전이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일부 회원국들의 막후 협의결과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우리측도 북한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는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안보리서 남북한 다음에 처리된 신생국 마이크로네시아와 마셜군도의 가입안 토론때도 『두나라가 과연 완전 주권국가냐』라는 문제가 제기될 우려때문에 이에관한 토론 역시 생략됐다고 한다.

○…이번에 남북한 가입안을 처리한 안보리 8월의장 아얄라씨는 에콰도르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유엔주재 대사를 두번째 하고 있는 고참외교관및 정치가로서 1960년대초 주일대사관에서 5년간 한국겸임 근무를 한 한국통.

지난 6월 우리정부 초청으로 방한한바 있는 그를 상대로 이번에 우리측은 우리 가입안의 제출시기에서부터 처리기간등에 이르기까지 긴밀히 협의했다.그는 특히 안보리 회의장면의 한국내 생중계를 위해 우리측 요청에 따라 개의시간도 상오로 당겼고 회의소집일자도 88서울올림픽을 상기시키는 8월8일로 조정하는데 협조해 줬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주유엔대표부는 이번 가입을 계기로 현재 임차해 쓰고있는 공관 건물을 우리 소유건물로 1∼2년내에 이전한다는 목표아래 구입대상 건물을 물색중이며 이달 중순께부턴 본부에서 요원 3명을 증강받을 계획이다.

○…이날 안보이회의장엔 남북한의 노창희 박길연 두대사를 비롯한 유엔대표부 요원과 수십명의 보도진이 가입안처리를 지켜봤다.

북한측 공관원들은 지난6일 가입심사위의 비공개회의 참관때 줄담배를 피우던 초조한 표정과는 달리 다소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고 우리측 공관원들은 시종 밝고 홀가분한 표정을 보였다.

한편 오는 10월2일로 예정된 북한측 대표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평양에서 누가 올것인지는 아직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최근 북한대표부에서 고급 리무진을 대량 예약하고 있다는설을 바탕으로 추측하면 연형묵총리의 참석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으나 부총리인 김영남외교부장의 워싱턴 방문설이 나돌아 김의 참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북한측은 기조연설예정자를 유엔사무국에 단지 「Prime Minister」(총리)라고 등록했는데 부총리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어서 이것으로 참석자를 가름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뉴욕=김호준특파원>
1991-08-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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