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입후도 남북한극적화해 비관적”/쿠나제 러시아공외무차관 전망
수정 1991-06-09 00:00
입력 1991-06-09 00:00
소련의 러시아공화국 외무차관인 G F 쿠나제 박사가 8일 한양대에서 「남북한 유엔가입 이후의 소련의 대한반도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러시아공화국 외무차관에 임명되기 전 소련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연구부장으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신사고외교정책 입안자 중 하나였던 쿠나제 차관(경제학 박사)은 이날 강연에서 『북한의 유엔가입이 그들의 대남정책이나 한반도정세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고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나제 박사의 강연요지는 다음과 같다.
1989년 가을 IMEMO대표단이 최초로 서울을 방문하였을 때 본인은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회원국 가입을 신청하고 소련이 이 신청에 거부권 행사를 삼가는 방안이 갖는 효과에 대하여 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그 이후에 사실로 나타난 것은 이것이 소련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며,이는 예기될 수 있었던 바와 같이 최종적인 해결을 궁극적으로 촉진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의 하나가 되었음이 입증되었다. 이 해결은 이제 남북한 양자의 유엔가입이 임박해 있다는 것이다. 이후의 한반도에 대한 소련의 정책을 파악하기 위하여는 지금까지의 소련입장의 원칙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껏 소련입장의 기본적 원칙은 모든 주권국가는 유엔의 정회원이 되는 권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소련이 대한민국을 한 주권국가로 승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온 이래 유엔회원국 가입을 신청하고자 하는 한국의 의도를 암묵적으로 지지하였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편 한국문제의 경우에 있어서 항상 그러하였듯이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 갖는 함축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따라서 소련의 관점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대한민국의 가입을 지지하는 한편 DPRK를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적으로 이는 분명히 우리가 DPRK로 하여금 독자적으로 유엔에 가입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또한 한국으로 하여금 너무 빠르게,너무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게 인내하도록 하는 두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소련 한반도정책의 또 하나의 필요조건은 중국의 입장이었다. 만약 중국이 대한민국의 가입에 거부권 행사를 할 결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는 소련을 곤혹케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세 가지 관점 모두에서 성공하였다. 본인은 이 세 목적 모두가 성취되어온 정확한 순서에 대하여 밝히고 싶지는 않다. 이는 단지 외교적 기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은 DPRK가 남북한의 독립적 가입을 거부하였다고 가정할 때 중국이 취했을지도 모를 입장에 대하여서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충분히 현명하고 인내하였다는 것이며,반면에 DPRK정부가 전반적 상황을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양자가 유엔에 가입한 이후에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솔직하게 말해 본인은 한반도의 전반적 상황의 개선을 가져올 극적인 긍정적 효과의 가능성에 대하여 차라리 비관적이다. 본인이 상황을 아는 바에 의하면 DPRK가 유엔가입을 결정하게 된 것은 단지 필요에 의해서이다. 모든 관계당사자들의 도움과 더불어 DPRK는 그럭저럭 체면을 유지하게 되었으며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모든 실제적 목적에서 보건대 북측에서는 그것이 통상적인 일이다. 단지 살아남기 위하여 사소한 조정이 실시되고 있으며 쓸모없게 된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DPRK의 경제적 상황은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의 상태이다. 분명히 DPRK는 그의 구정책에 계속 집착할 것이며 이런 식으로 마지못해 하나하나 양보해 가게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행하는 모든 조정은 의심할 여지없이 공산주의 체제를 구하기에는 너무나도 적고 지나치게 늦은 것이 될 것이다. 환언하면 북에 있어서는 폭발의 위험성은 어느 시점에 가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하에서 소련은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반면에 DPRK로부터 나오는 수락할 수 없는 요구들을 수락함이 없이 인내심을 갖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소련의 정책을 계속해 갈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유엔에 가입한 이후에 이성있고 참을성 있는,그리고 지나치게 의기양양하게 되지 않기를 진실로 희망하는 바이다. 좀더 구체적 방식으로 말하여 본인은 대한민국이 유엔에서 DPRK와 어떤 형태의 영구적 협의기구를 창설할 것을 시도하도록 희망하는 바이다.
말하지 않아도 남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이후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두 국가는 서로 상이한 표결을 해야할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양자가 임하게 될 표결에 있어서 또는 일반적 의도에 있어서 대한민국으로부터의 사전통보는 DPRK로 하여금 이 국제기구에서 고립되고 소외되어 보이지 않게끔 그의 체면을 살려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협의의 상징적 의미는 이의 실제적 효과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DPRK와 그와 같은 상태의 의견교환을 제의한다면 소련은 주저없이 이를 환영하고 지지할 태세를 갖출 것이다.
1991-06-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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