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동부시베리아 체그도민시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광활한 북한벌목장. 기찻길 4백㎞에 이르는 남한 땅넓이라고 하는데 이 지역에 수십개의 북한 「벌목중대」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는 1만8천여 명. 벌목사업본부가 있는 체그도민은 하바로프스크에서 기차로 19시간이나 걸리는 우리나라 소읍정도의 자그마한 도시. 한글로 쓰여진 붉은색의 선동구호가 곳곳에 널려있고 소련시민보다 북한 노동자가 더 많은 「소련 속의 작은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 66년부터 소련과 합작형태로 이 지역에서 벌목작업을 해왔는데 지난 3월 소련의 유력주간지 「모스크바뉴스」에 의해 갑자기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인권유린이란 비극적인 사태로 이름을 떨친 것. 북한의 인권유린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현지를 답사한 「모스크바뉴스」지 기자는 이곳의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이중철책으로 둘러쳐진 열악한 환경의 합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합숙소 주변에는 특별감옥까지 설치돼 감방 하나에 10∼15명씩갇혀있다고 폭로했다. 이 기자는 또 체그도민강가에서 토막난 시체들을 발견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전해주었다. ◆이 잔혹의 현장에 우리나라 기자로는 처음으로 서울신문 김영만 모스크바 특파원이 들어가 취재했고 그 제1신이 28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됐다. 김 특파원은 벌목장 내부의 인권문제와 희귀동물남획 등을 이유로 최근 소련연방정부가 북한벌목사업소에 오는 12월말까지 북한노동자들을 전부 철수시킬 것을 통보했다고 전해왔다. 「벌목장의 인권유린」은 김 특파원의 예리한 필치로 계속 파헤쳐질 예정. ◆시베리아 삼림지대의 벌목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사업. 경제파탄에 직면해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곳에서 쫓겨난다는 것이 엄청난 타격이겠지만 지은 죄에 대한 당연한 업보. 체제유지도 좋고 외화벌이도 좋지만 최소한의 인권마저 유린하는 버릇을 버리지 않는 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기회에 똑똑이 인식했으면 한다.
1991-05-29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