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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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4-07 00:00
입력 1991-04-07 00:00
해적선의 역사는 해상교통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다. 기원전 8백 내지 1천2백년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발견되는 것이 가장 오랜 기록. 그 다음이 9세기 전후 북해 등을 무대로 한 이른바 바이킹의 해적선이 유명하다. 16세기 엘리자베스여왕시절의 영국은 해적을 제국주의적 야심의 수단으로 동원해 「해적국가」의 오명을 남기기도. ◆흑색바탕의 흰색 「백골기」를 날리는 해적선은 약탈과 살육의 공포대상이면서 자유와 모험과 용기를 상징하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해적을 소재로 한 「해적문학」은 「보물섬」 「로빈슨 크루소」 등 무한한 꿈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명작들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증기기선이 바다를 누비기 시작한 19세기말에 이르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던 것. ◆얼마전부터 동남아,아프리카,중미 해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되더니 마침내 한국인 선원 24명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현대판 해적선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소식이다. 동서무역의 관문으로 1일 약 2백30척의 선박이 통과하는 말라카해협을 끼고있으며 열대림이 우거진 섬들이 많아 잠복과 도주가 용이한 동남아해역은 해적활동의 최적지. 75년 월남패망 이후 해상탈출하는 베트남 난민 약탈로 재미를 본 해적들이 이제는 무역선,유조선,원양어선 등을 노리는 대담한 약탈행위에 나서고 있다는 것. ◆쾌속정까지 동원하는 전문적 해적이 있는가 하면 고기잡이를 가장하는 어선이 해적선으로 돌변하기도. 기름을 가득 싣고 오는 유조선들이 좋은 표적이고 원양어선은 어획물을 탈취당하기도. 일본선과 한국선을 좋아한다는 소문도 있다. 국제해사기구통계에 따르면 연간 1백여 건(한국 작년 10건)이 발생하는데 실제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법상 「인류의 공적」으로 어느 국가나 나포처벌이 가능한데도 창궐하고 있는 것은 각국의 무관심과 국제공조체제의 결여가 가장 큰 이유. 해적의 연안국관리 뇌물공세도 한몫 하고. 소련처럼 선원을 무장시키는 자구책도 가능하나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이번 사건은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큰 경종이라 하겠다.
1991-04-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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