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풍도 없어야 법치확립”/“사법독립” 다짐한 김덕주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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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2-21 00:00
입력 1990-12-21 00:00
『사법권의 독립을 가로막고 법치주의의 확립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온 힘을 다 기울이겠습니다』
90년대의 사법부를 이끌어 갈 김덕주 제11대 대법원장의 취임일정은 앞으로 사법부가 나갈 진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권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오늘과 같은 다원화된 시대에는 계층이나 지역은 물론 어떠한 집단으로부터도 독립됨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의미의 진정한 독립이 이루어질 때 사법부는 비로소 진실을 밝히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법 본래의 사명을 다할 수 있고 법의 지배라는 법치주의의 원리가 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사법권의 독립과 법치주의의 실현은 모든 법관들이 투철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주어진 책무를 다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있을 지방자치제선거와 국회의원·대통령선거 등에서 어디까지나 엄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모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투철한 신념·의지 중요
이와 함께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자유와 평등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사법부의 역할을 더욱 철저히 수행하기 위해 법률서비스제도를 확대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에게 보다 가까워지는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신속한 재판 위해 노력
『사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봉사하는 기관입니다. 그럴 때 국민은 사법부를 신뢰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정의로운 사법부가 건설된다고 믿습니다』
그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법부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능률적인 사법권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사법운영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법관 개개인의 실력향상과 품격수양은 물론,사법부 종사자에 대한 지속적인 연수와 교육 등 제도적인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이일규 대법원장이 퇴임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제도적인 면에서 미흡한 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대체로 인정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법원조직과 소송구조 등 사법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 개선방향은 사법권의 독립을 강화하고 국민의 사법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며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법원이 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각종 범죄과 조직화·흉포화되고 있는 데 대해 『개탄할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사법부도 이들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히 응징함으로써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번 대통령의 지명에 이은 국회동의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전원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해서는 『민주주의국가에서 만장일치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야당 의원들이 사법권의 독립을 철저히 지키라고 당부하는 질책의 의미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풀이했다.
대법원장 임명 직전 서울고법에서 법정구속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사건 상고심의 주심을 맡아 이씨를 풀어준 과감한 판결과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근로자는제3자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 때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일에 대해 질문하자 『정치적으로나 외부로부터 일체의 압력이나 청탁을 받지 않았으며 특히 대법원장 임명을 염두에 두고 판결한 것은 더구나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랜 법관생활 동안 내린 그의 판결이 대체로 보수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언제나 나의 소신대로 살아왔으며 결코 체제에 영합하기 위해 그같은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는 어디서 어디까지를 구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사법의 운영은 그 문제와 달라 시대상황의 변화를 감안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심한 적체현상을 빚고 있는 법원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새해초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우선 공석중인 대법관 1명을 새로 뽑겠으며 인사원칙은 지금까지의 서열위주보다 서열과 함께 법관으로서의 능력과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객관적이며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속인사는 벌써 시기를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관 재임용 공정심사
10년마다 실시,내년에 다시 있게 될 법관 재임명에 대해서는 임기제 정신과 신분보장이란 양면의 조화를 이룬 가운데 역시 대상판사 4백여 명의 자질과 능력 및 자세 등을 종합평가해 객관적이며 공정한 인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문제에 관한 한 김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역임,판사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훤히 꿰뚫고 있어 법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관료주의의 청산과 허심탄회한 의견수렴으로 법원 내부의 민주화를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하면서 법관들에게 『한 점 부끄럼없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때』라는 충고를 했다.<최홍운 기자>
1990-12-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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