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빨간불”/경기 선행지수 4개월째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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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2-19 00:00
입력 1990-12-19 00:00
미국 경제에 경기후퇴의 북소리가 무겁게 울리고 있다.
불경기에 대비한 각계의 긴축재정 바람은 지난 수개월간 미 전역에서 50여만명의 실직자를 냈다. 미 정부 발표에 의하면 11월중에만 26만7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률은 5.9%에 달했다. 이는 지난 2년 이래 최고의 실업률이다.
감원을 가장 많이 한 업종은 가동률이 떨어진 생산업계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은 건설업계였다.
미 의회 예산사무소는 연방정부의 91회계연도 재정적자가 전년보다 3백30억달러 늘어난 2천5백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적자증가가 세출증가와 불경기에 기인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정부들도 적자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중앙 및 지방정부의 각급기관마다 군살빼기 감원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백화점과 연쇄점을 비롯한 대규모 소매상들은 판매고가 작년에 비해 현저히 감소됐다고 울상이며 뉴욕 맨해턴의 경우 불경기로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기업활동의 약화 신호로 간주하는 소비금융 증가둔화 현상도 지난 10월부터 나타났다. 신경이 예민해진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미 최대의 백화점망을 가진 시어즈 뢰벅사는 즉각 재고처분 판매에 들어갔다. 다른때 같으면 이 세일은 크리스마스가 지나야 실시되는 것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10월까지 4개월간 연속적으로 떨어졌다. 이는 불황이 임박했거나 지금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다. 11월중 경기 선행지수는 1982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서 경제전반이 분명히 불황임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미시간대가 조사한 11월중 소비자 신뢰는 지난 40년래 가장 급격히 곤두박질한 것이었다.
우울한 뉴스에 맞서 연방정부는 적극적인 경기회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7년만에 처음으로 은행의 지불준비금을 낮춰 1백30억달러의 신규 대출재원을 조성하고 각 은행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이자율을 인하시켰다.
미국은 경기선행 지수가 6개월간 연속적으로 떨어졌던 1984년 중반과 증권시장에 대혼란이 왔던 1987년 10월에 통화정책의 적극적인완화를 통해 불황의 엄습을 막았다.
그러나 이번엔 통화정책으로 불황을 막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진단한다. 대출확대나 이자율 인하만으론 지금의 불황을 가져온 많은 요인을 일거에 해소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선 일반적으로 경제가 2개분기에 걸쳐 연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을 불경기라고 말한다. 이같은 정의에 따르면+미국 경제는 2차대전후 모두 9번의 불경기를 겪었다. 마지막 불경기는 1981∼82년에 있었다.
1982년 11월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기간은 미 역사상 평화시에 있었던 최장의 호황국면이라고 얘기돼 왔다. 그러나 이제 그와 같은 호황 국면은 끝났다는 것이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밀어 닥칠 불경기가 금융시장에 각종 문제점과 합병증을 일으킬 경우 「공황」사태로 치닫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불경기가 그렇게 악성은 아니다』라고 진단하면서 『연성 불황이 최소한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물론일부 학자들은 미 경제의 호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출이 잘 되고 중동사태의 평화적 해결 전망이 높아지면서 원유가가 떨어지고 있으며 제조업 분야의 수주량이 11월중 2.8%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제조업의 수주 증가는 국내 요인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외국의 항공기 주문 쇄도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워싱턴=김호준특파원>
1990-12-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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