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예심의 연기배경과 국회정상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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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9-22 00:00
입력 1990-09-22 00:00
민자당의 2차추경 단독처리방침 천명으로 싸늘하게 식어가던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협상 분위기가 21일 민자당측의 전격적인 추경심의 연기결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수재 등 민생문제를 들어 2차추경 심의의 급박성을 강조하던 민자당이 이날 돌연 태도를 바꿔 10월10일 이후로 추경처리를 늦춘 것은 평민당측으로부터 10월 중순 등원의 「신호」가 왔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해 앞으로의 여야 관계진전이 주목된다.
○…민자당측은 이날 태도변화의 이유로 『인내심을 갖고 다시한번 야당 등원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동영총무는 『김영삼대표가 이날 상오 추경 단독처리를 둘러싼 여야 긴장관계 심화를 보고 추경처리의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판단,청와대측과 다른 두 최고위원 그리고 당3역의 동의를 얻어 추경심의 유예의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황병태의원도 이날 김 대표에게 『추경처리 강행으로 야당측을 자극할 경우 등원유도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추경심의 연기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내 민주계 소식통은 『2차추경 처리와 관련해 평민당측의 최후통첩이 있었으며 이것이 민자당 태도변화의 결정적 변수』라고 전했다.
즉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측근 인사가 이날 민자당 주요당직자와 접촉을 시도,김동영총무와 연락이 되었으며 『민자당측이 추경을 단독처리한다면 평민당측의 등원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 등 민자당 수뇌부는 이날 낮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유연한 대응을 결정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여야접촉을 분석해볼 때 평민당측이 「민자당의 추경 단독처리면 등원않겠다」고 한 것을 뒤집는다면 「민자당의 추경처리 연기시 등원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로 바뀔 수 있어 10월중순 이후 평민당의 등원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민자당의 전격 선회배경에는 김 대표 특유의 「변신」 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강공으로 밀어붙이다가도 적절한 순간 태도를 1백80도 바꿈으로써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면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생각이랄 수 있다.
이에는 그동안 김 대표김 총무로 이어지는 대야 창구가 여야협상을 거부하고 강경입장만 고수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것에서 탈피해보자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분석된다.
특히 박준규국회의장이 전례가 없는 국회의장직권의 예결위 인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도 추경 단독처리에 다소의 잡음이 있었던만큼 이런 것들을 무시해가며 무리를 할 필요성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차추경안의 구체적 내역중 민자당이 시급성을 강조하던 수재지원예산의 비율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점도 민자당측으로 하여금 추경 단독처리를 주춤거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총 2조8천여억원의 추경예산중 재해대책예비비는 2천억원이며 그중 이번 수재지원예산은 9백70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페르시아만사태 지원예산 등 여야를 떠나 거국적 심의가 필요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추경을 민자당 단독으로 처리키는 명분이 좀 약했다고 보여진다.
여야는 민자당측이 추경처리방침을 전격선회한 것을 계기로 막후대화를 통해 국회정상화 절충을 본격화하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10월10일을 넘기고도 야당이 원내에 복귀치 않는다면 이번 추경심의 연기결정은 당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을 것으로 에상된다.
민자당내 특히 민정계 일각에서는 『평민당측으로부터 등원시그널이 왔다는 민주계측의 주장은 신빙성이 희박하다』면서 『수재 등으로 긴급한 추경을 조속처리하는 것이 도리어 야당의 등원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김 대표ㆍ김 총무 라인을 비난했다.
또 이번 추경심의 연기결정 과정에서 김종필ㆍ박태준최고위원,박준병총장,김윤환정무1장관 등 민정ㆍ공화계가 소외돼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민자당내 내분재연의 불씨로 남아 있다.
○…평민당은 『야당의 태도변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일정을 연기했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여전히 냉담한 반응. 당관계자들은 『민자당이 여야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양 언론에 흘리면서도 실질적으로 우리측에 내놓은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하고 이날의 국회일정 연기조치도 단독국회 운영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해석.
평민당의 대야 막후협상 창구로 알려진 김원기의원은 『야권의 지금까지 행태로 미루어 민자당은 어떡하든 평민당이 국정포기라는 식의 비난을 받도록 하면서 국회등원은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면서 『여권이 말로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차차선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
김태식대변인도 『일단은 우리에게 국회에 들어와서 얘기하자고 취한 조치인 모양인데 우리의 요구조건에 대해 단하나 성의표시도 안한 상태에서 무작정 등원할 경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의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야권의 태도변화만이 국회정상화의 유일한 해결책임을 강조.
상당수 의원들은 그러나 전날 여당의 추경단독처리방침이 전해졌을 때는 『이렇게 되면 등원은 멀어진 게 아니냐』고 비관론쪽으로 기울다 이날 국회일정 연기소식을 접하고는 『무작정 연기한 것은 아닐테니만큼 어느 정도 가능성도 엿보이는 게 아니냐』고 기대감을 표시.<이목희기자>
1990-09-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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