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경제수석에 들어본 「대소경협의 앞날」/대담/양해영 경제부장
수정 1990-06-12 00:00
입력 1990-06-12 00:00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한소 정상회담은 국내기업의 대소 진출 무드조성과 함께 우리경제에 어떤 기대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신중론의 시각도 없지 않다. 양국 정상회담때 자리를 같이 했던 우리측 인사중 경제관계 요인으로는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이 유일한 인물이다. 일요일도 없이 후속조치마련 등에 여념이 없는 김수석을 10일 만나 대소경협의 전개방향 등을 들어봤다.
○시장 다변화 효과
샌프란시스코의 한소 정상회담 자리에 참석했던 소련측의 경제관계 고위인사는 누구였나.
△김수석=마스비코프씨다. 그는 소련 정치국원겸 대통령자문위원의 자리에 있고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소련측 인사중 고르비 다음가는 인물로 알고 있다.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소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분위기가 들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대소 접근에 보다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과 비판론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들떠도 괜찮은 것인지.
△김수석=내가 보기엔 들떠있다 어떻다 하기 보다는 아주 정상적인 사고에서 출발하면 무리가 없다고 본다. 한소 경협관계가 어느날 갑자기 떼돈을 벌어 들이는 엄청난 성과를 가져올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수출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경제로서는 수출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소련이 지금은 외환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제개혁이 착실히 진척되고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화할 경우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 이번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대미 접근시도 역시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가에 초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소련경제가 세계경제에 통합돼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고 유럽국가들도 90년대 소련의 잠재성장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도 보조를 맞춰 나가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소련과 수교를 하게 되면 경제적인 반사이익을 소련에 주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차관요청은 미에
소련의 차관요청 제공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현가능한가.
△김수석=소위 차관제공설은 우리실정에서 보면 난센스다. 소련이 그같은 얘기를 꺼낸 적도 없고 우리측이 검토한 적도 없다.
만일 차관요청이 있게 되면… .
△김수석=소련이 한국경제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강대국체면도 있고해서 우리보다는 미국이나 서구국가에 차관요청을 하면했지 우리에게는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대소경협 확대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은 무엇인가. 또 양국경협의 바람직한 정형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발잠재력 무한
△김수석=대소경협 상황을 보면 소비재산업이 현지에 직접 투자하거나 물자를 직접 공급하는 방법,합작투자형태의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민간기업들이 하는 것이다. 정부레벨에서는 교역ㆍ투자여건이 자유세계와 다르기 때문에 교역결제문제가 어떻게 해소돼야 할 것인가 등등에 대한 정책적 방향설정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소련의 결제수단 능력이 제고돼야 할 텐데… .
△김수석=소련측의 결제능력 제고측면도 있지만 예를 들어 서구국가들이 소련이나 동구에 수출할 때 활용하는 수출보험제도의 여건조성과 제도마련이 잘돼야 할 것이다.
대소경협에서 소련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큰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김주석=이제까지는 여러기업이 소련과 교역을 해왔지만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는 국가차원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것과 그쪽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차분히 검토해나가야 할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자동차부품등 부족
△김수석=소련측은 공장건설이나 합작투자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가동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보다는 소비재공급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종전까지만 해도 코메콘 국가들이 소련의 경제계획에 맞추어 물자를 공급해 왔으나 동구권의 변혁 등으로 물자공급이 끊어짐으로써 소련 경제에 엄청난 차질을 가져다 주고 있다.자동차 부품만 해도 동독에서 공급해 왔으나 통독분위기 등으로 부품공급이 중단돼 자동차 생산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이같은 소비재를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최대의 관심이 쏠려 있고 한국을 가장 적절한 상대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소련이 특히 한국과의 경협을 바라고 있는 것은 일본과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국익차원서 검토
△김수석=일본의 경우는 잘모르겠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다. 미국의 분위기를 보면 90년대 자본주의의 성장잠재력이 무엇인가 하고 물을 때 소련이라는 큰시장의 탄생을 꼽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이 협력해서 소련에 많이 진출할 것이다. 우리도 대소 진출과 관련해 자제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아니면 그 반대가 좋은지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서독이 통일과 관련해서가 아니라 대소경협에 상당히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과 경쟁관계가 될 것 아닌가.
○성장경험에 관심
△김수석=산업패턴이 달라 경쟁관계는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상품이외에 그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김수석=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일에 경제를 활성화시켰는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모르던 그들은 서구와 일본이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걸려 이룩한 경제성장을 한국이 짧은 시간에 이룩했다는 사실에 『우리도 저렇게 짧아질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시베리아 자원개발 등 소련시장에 대한 과대욕구나 소련의 우리에 대한 과대인식은 없다고 보는지.
△김수석=우리가 우리스스로를 대단하게,혹은 왜소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지만 밖에서 우리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한국경제를 더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다. 소련이 한국경제를 과대평가해서 얻을 것은 별로 많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도 능력 범위에서 장기적으로 소련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본격적인 경협확대에 앞서 선결조건이 많으리라 본다. 투자보장 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정부와 민간차원에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데.
△김수석=급히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 착실히 진전시켜 나가다 보면 필요에 따라 관계정립이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경제관계를 지속해 나가다 투자보장협정이 필요할 경우 체결하면 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모든 것이 해소되는 식의 접근방식은 어렵지 않겠는가.
대소경협의 분위기가 들떠있다는 지적과 함께 업체간 과당경쟁도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지난날 중동진출 붐 때와는 접근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도 많다.
△김수석=잘 보았다. 중동은 돈이 보여서 간 곳이고 소련은 아직 돈이 없는 시장이다. 누가 들떠 있는지 모르지만 실무적으로는 전혀 들떠 있지 않다. 국내 경제에 주름살을 주지 않으면서 대소 경제관계의 진척을 모색하는 것이지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소진출의 안전판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 자신의 위치도 꼭 안정돼 있다고만 볼 수 없는게 아닌가. 자칫 진출에 따른 상처도 예상된다.
△김수석=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이대소 접근을 어떻게 해나가는가에 대해 면밀한 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로 미국과 대좌할 수 있는 나라에 가서 큰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이나 서구와 같이 보조를 맞춰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소련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앞으로의 방문계획은.
○산발접촉 자제를
△김수석=가보지 않았다. 여건이 되면 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업계가 어떤 식으로 대소 접근을 진척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김수석=지금까지는 일반기업들이 통상관계 차원에서 거래해 왔고 관심있는 인사들이 소련을 방문하는 등 주로 민간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양국정상이 만나 국가차원에서 경협을 추진키로 한 만큼 정부가 아닌 개인이 산발적인 접촉을 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대소관계의 장기적인 타임스케줄은 있는가.
△김수석=소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아울러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돼야 나올 수 있을 것이다.
1990-06-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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