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기로에 선 코메콘/오늘 소피아 총회 무얼 논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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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1-09 00:00
입력 1990-01-09 00:00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는 코메콘(동구경제상호원조회의)이 9일과 10일 이틀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제45차 연차총회를 갖고 이 기구의 존폐여부를 포함한 장래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지난 88년7월 회의에 이어 2년만에 소집된 이번 제45차 코메콘 연차총회는 일부 회원국이 공식적으로 동 기구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데다 대다수의 회원국들이 전반적인 개편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개최되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공산권 국가들간의 경제협력을 통해 각국의 국민경제발전을 도모한다는 목표아래 지난 49년 소련을 중심으로한 10개국으로 구성된 코메콘은 이제 쓸모없는 기구로 퇴락해 버렸고 현 상태로는 더이상 존속시킬 가치가 없다는게 대부분 회원국들의 자체분석이다.
코메콘의 개편론은 주도국인 소련이 앞장서 강조하고 있다.
코메콘 의장인 소련의 안드레이 루가노프는 지난 4일자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지 기고를 통해 『코메콘이 회원국들간의 공동시장 창설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회담의 소련 대표단의 일원인 세르게이 오가노프도 『코메콘은 지난 40년동안 공산권 국가간의 경제협력기구로서 많은 업적을 달성했으나 지난 70년대부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용가치 없는 기구로 변해 버렸다』고 지적,동구권 경제를 조화시킬수 있는 새로운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소련의 코메콘 관계자들의 발언은 리슈코프 총리가 지난달 표명한 코메콘의 공동시장화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기구 자체의 와해를 막아보려는 안간힘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소련측은 이번 회의를 통해 기구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여타 회원국들의 요구를 수용,종래의 역내무역 방식ㆍ가격산정ㆍ결제수단등을 개선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유럽공동체(EC)와 같이 시장통합 작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다른 회원국들의 방안은 신통치가 않다.
체코의 바크라프 클라우스 재무장관은 지난 5일 폴란드 방문중,체코의 레츠포즈 몰리티카지와의 회견에서 『체코는 이번 코메콘 회의에서 코메콘의 해체를 공식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그동안 동구의 경제문제와 관련된 모든 조약과 협정을 무효화시킬 것을 함께 요구하며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체코는 독자적으로 코메콘을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마니아의 새정부의 페트레 로만 총리도 7일 프랑스 TF1 TV와의 회견에서 『코메콘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이번 회담에서 존폐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폴란드 헝가리 동독 등도 코메콘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깊은 회의를 표시하며 근본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업적」을 달성했다는 소련의 평가와는 달리 코메콘은 오늘날 동구개혁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공산권 국가들의 경제침체의 한 요인이 되어 왔으며 앞으로 서방측과의 경제협력증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게 대다수 회원국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같은 판단은 지난 61년부터 채택된 회원국들간의 사회주의적국제분업제도와 그동안 소련을 중심축으로 운영되어온 특수한 역내 무역방식과 결제제도에 기인하고 있다.
사회주의적 국제분업제도란 특정산업 또는 특정상품의 생산을 국가별로 지정,역내 국가간의 무역이나 교환을 통해 상품을 고르게 재분배한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체코는 객차를 생산하고 헝가리는 버스를 만들며 불가리아는 기중기를 제작토록 되어있다. 모든 나라들은 원칙적으로 자국에 할당된 상품 이외의 것은 생산을 포기해야 된다.
때문에 농업생산그룹으로 분류된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의 공업발달 수준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고 동독이나 체코등은 공산품 생산국으로 지정됐어도 산업간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소련은 이 제도와는 관계없이 거의 모든 상품을 생산하면서 부족분은 위성국가들로부터 공급받으며 그 대가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싼값에 공급해 왔다. 다른 회원국들 간에도 서로 물건을 주고받는 물물교환식의 구상무역 방식을 채택하거나 아니면 무역거래에 소련의 루블화를 반강제적으로 사용케 해왔다.
이때문에 회원국들은무역대금으로 받는 쓸데없는 물품이나 루불화 대신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역내교역보다는 대서방 교역에 힘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소련마저 예외가 될수 없어 최근에는 대서방 원유수출량을 높이기 위해 코메콘 회원국에 대한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형편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와 같은 코메콘의 존재방식이 더이상 필요없게 된것이다.
때문에 소련은 코메콘 회원국간 구상무역 방식을 버리고 상품가격의 국제화와 무역결제에 태환성있는 화폐의 사용을 제안하면서 공동시장으로 발전시키자고 주장하는 한편 코메콘의 존속을 전제로한 ECㆍ코메콘ㆍ유럽자유무역협회(EFTA)등 3개 무역권을 하나로 묶는 「유럽 3각위원회」까지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동구쪽의 회원국 모두가 개혁의 열기에 휩싸여 있으며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동구정상들 대부분이 개혁이후 새로 등장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서방측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갈망하면서 더이상 소련의 경제적 영향력 아래 머물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동구개혁국가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서방 경제권과 뚜렷한 연계선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코메콘 자체의 「와해」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파리=김진천특파원>
1990-01-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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