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죽을 삽니다”
수정 2006-10-09 00:00
입력 2006-10-09 00:00
쥐는 망국(亡國)의 동물 - 연간 2백 40만섬의 쌀을 「실례」한다. 2백 50억원의 국가재정 손실이다. 이밖에도 의류, 가구등에 20억원의 피해를 해마다 입히고, 또 각종 전염병도 유발시킨다. 약 1억 마리로 추산되는 우리나라의 쥐가 보여주는 「행패」의 내역이다. 이준석(李俊錫)씨의 「아이디어」는 이렇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쥐의 섬멸을 실제 피해자인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룩하자는 것. 자발적인 참여를 얻는 지름길은 적당한 「보상」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품목「리스트」에 쥐가 하나 더 추가되게 된 것은 이런 이씨의 오랜 구상이 열매맺은 덕이다.
『지금까지 쥐는 그냥 더럽고 해로운 동물로만 금기(禁忌)가 되어왔읍니다. 그러나 그런 쥐도 적당히 인공적인 처리만 하면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동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착안한 겁니다. 쥐를 잡는 일이 돈벌이와 직결될 수만 있다면 구서(驅鼠)사업도 훨씬 잘 될 것 같았어요』
쥐가죽 가공을 실험했다. 예상했던대로 쥐가죽과 털은 「밍크」와 같이 의류와 장식품에 훌륭히 적응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씨는 자신의 쥐가죽 제조 방법을 상공부에 특허출원했다. 발명특허 출원 8호로 정식 접수되었다. 올해 1월의 일이다.
『아시다시피 여자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시중 「밍크」의 99%는 인조입니다. 진짜 「밍크」하면 「오버」하나에 1백 20만원쯤은 주어야 살 수 있을 거예요. 만일 쥐가죽으로 「오버」를 만들면 값이 기껏 5만원 안팎입니다. 그 대신 털의 보드라움과 빛깔, 윤기, 감촉등은 진짜 「밍크」 이상입니다』
쥐의 모피(毛皮)는 토끼의 것보다 훨씬 보드랍다. 털이 너무 길지도 않고 또 잘 빠지지도 않는다. 색깔도 염색으로 여러가지를 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쥐의 털엔 묘한 윤기가 있어 도시 여성들의 고급품 취향에도 잘 「매치」되리라는 것. 여성용 「오버」와 목도리, 장갑, 「숄」 , 조끼등 제품에 이 쥐가죽 모피(毛皮) 는 아주 십상이라고 이준석(李俊錫)씨는 자랑이다.
『여자용 「코트」하나 만드는데 쥐 모피가 약 1백 50장쯤 들어 갑니다. 1백 50마리의 쥐로 만든 「오버」- 하면 좀 섬뜩하겠지만 생각 나름입니다. 「밍크」도 결국은 쥐나 다름없는 동물아닙니까』
순전히 「기분학적」인 배려에서, 이 쥐가죽 모피 이름을 다른 예쁜 이름으로 바꿀 예정이란다. 그렇게 되면 박제(剝製)의 여우 목도리 같은 것 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실용적인 의류제품이 되리라는 것.
이씨는 지금 「한국 방서(防鼠)협회」라는 것을 만들어 농림부에 사단법인 인가신청을 내고 있다. 「방서(防鼠)」 보다는 「양서(養鼠)」 를 해야 할 것이, 쥐를 이용한 사업계획과 수출계획이 너무 거창하다. 일본의 저명한 수출입 상사인 삼정물산(三正物産)에서 쥐가죽 수입 교섭이 들어와 있다. 한 달 수출량은 7만장. 한 장당 단가가 35「센트」니까 이것만 해도 2만5천「달러」나 된다. 연간 수출액이 30만 「달러」는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 방서(防鼠)협회를 통해 이씨는 올해 모두 1천 4백 40만 마리의 쥐를 전국에서 사 들이기로 계획하고 있다. 하루 수집량 4만 마리 꼴이다. 이가운데 실제 가공된 것은 전체의 반인 7백 20만 마리. 절반은 썩어서 버려야 한다.
방서협회에서 지금 사들이고 있는 쥐의 1마리 값은 12원. 전국 지부에서는 이것을 마리당 3,4원씩 각 가정에서 산다. 1마리에 8,9원의 「마진」이 붙는 셈인데 이것은 지부에서의 1차 처리비, 인건비로 충당된다. 이준석(李俊錫)씨 가 지금까지 가공해 놓은 것은 30만장. 서울 용두동에 가공 공장이 있다. 올 6,7월부터 제품화된 쥐가죽 의류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농림부의 쥐 소탕작전에서는 좀 손해를 봤읍니다. 당초부터 쥐를 잡아선 땅에 묻기로 각 가정에 시달이 되었나 봐요. 아까운 외화를 땅에 묻어버린 셈입니다』
이준석(李俊錫)씨의 논리를 따르면 쥐는 죽어서 「돈」 을 남긴다. 가죽과 털의 수출로, 국내 시장 개척으로 돈을 벌어 주는가 하면 내장과 살은 과수원에 비료로 팔린다. 과수원 땅에 쥐고기를 묻으면 다른 어느 인공 비료를 주는 것보다 더 흙이 비옥해진다는 것.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던 서족(鼠族)이 이젠 「백익무해(百益無害)」의 영물로 승격될 모양이다.
『우선 국제 의류가공업자들이 이 쥐가죽 모피에 관심을 좀 가져 주었으면 좋겠읍니다. 수출도 이걸 제품화해서 내보내면 값을 몇십배 더 받을 수 있어요. 국가적으로도 좋고 개인 소득증대에도 좋은 사업인데…』
사업자금이 없어 안타깝다는 눈치이다. 농림부에서는 이씨가 회장으로 되어있는 한국방서협회 사업을 적극 밀어주기로 결정, 보조금 지급도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李俊錫)씨 의 구상으론 1개 도에서 하루 2만 마리 정도를 납품, 그 가운데 1만 마리를 가공하면 대형 쥐 목도리 1백개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
쥐는 한쌍이 1년에 1천 2백 마리의 새끼를 번식한다. 2년 동안에 1억 20만 마리로 불어나는 놀라운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가공할 이 번식력이 이준석(李俊錫)씨에겐 더할 수 없는 돈벌이 밑천이 되고 있는 셈이니 「아이러니컬」하다.
[선데이서울 70년 2월 15일호 제3권 7호 통권 제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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