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세기상사 김영란(金英蘭)양 - 5분 데이트(47)
수정 2006-04-18 00:00
입력 2006-04-18 00:00
바닷가에서 주워온 동글동글 예쁜 차돌 같은 인상이다. 직장과 사회생활의 때같은 것은 그 동그란 얼굴에 묻을 데가 없어서 못 묻었을 것 같다. 『벌써 6년이에요. 세기상사에 들어온게. 매표에 반년 있다가 바로 회장비서실로 올라 왔어요. 여자중에는 그래서 제가 고참이에요. 좀 과장을 하자면 회사 사정에는 「통(通)」이라고 할 수 있죠』
「미스」세기상사(世紀商事) 김영란(金英蘭)양이 생글 거리면서 하는 말이다.
상업하시는 김동현(金東顯(55)) 씨의 3남매중 맏이. 동구여상을 졸업한 44년생.
『취미는 노래하는 것 듣는 것』
말하는 음성조차도 노래처럼 즐겁고 「리드미컬」해서 던져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영화감상은 그 다음으로 英蘭양이 즐기는 취미.
『「닥터·지바고」를 네 번이나 봤어요. 그 주제음악은 한 소절도 빼지 않고 다 욀 수 있어요. 요즘 제가 반해 있는 음악은 「로미오와 줄리에트」의 「테마송」예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늘 속으로 흥얼거립니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콧노래 같은 것은 부르는 경박한 아가씨는 아니란다. 머릿속의 소리없는 「허밍」이 결코 신중하고 정확한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으니까 안심하란다.
『비서실은 정확한 출퇴근 시간이 없거든요. 「데이트」같은 것 할래야 할 수가 없어요. 월급은 엄마에게 맡기고 영화구경값이나 옷사는 돈을 타서 서요. 집에서도 직장생활 6년생을 아직도 애기 취급이에요』
「만년소녀」라는 말이 실감나는 그 얼굴이 「애기」처럼 활짝 웃으면서 하는 불평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8/24 제2권 34호 통권 제4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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