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 아시안게임] 말년병장 황희태 “다섯 누이에 金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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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기자
수정 2006-12-05 00:00
입력 2006-12-05 00:00
“돌아가신 부모님과 뒷바라지해 준 누나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말년 병장으로 오는 12일 전역 신고를 앞둔 한국 유도계의 ‘개그맨’ 황희태(28·상무)가 4일 새벽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90㎏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황희태는 결승전 상대로 점찍어둔 이즈미 히로시(일본)가 1회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는 바람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결국 이즈미를 제압한 막심 라코프(카자흐스탄)와 결승에서 격돌한 그는 상대에게 지도를 이끌어내고 유효를 보태 도하 밤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렸다. 언제나 웃는 낯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은 재치 있는 입담까지 있어 주변에서 개그맨으로 통했던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금메달을 따낸 자신의 모습을 부모님이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1남5녀 가운데 막내인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13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듬해 아버지도 유명을 달리했다. 합숙을 할 때 어머니를 대신해 찾아와 밥을 해주는 등 꾸준히 뒷바라지를 해준 누나들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했을 것.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가 구김살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누나들 덕택이었다.175㎝로 90㎏급에선 단신이지만 힘과 승부 근성이 돋보이는 그는 지금은 종합격투기 선수인 윤동식이 은퇴한 이후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2001년 베이징유니버시아드 3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황희태는 2003년 독일오픈 정상을 밟은 데 이어 같은 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빛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즈미에게 준결승에서 패한 뒤 3∼4위전에서도 무릎을 꿇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 때 좌절을 맛본 황희태는 운동을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으나,2004년 12월 군 입대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3회전에서 애매한 심판 판정으로 이즈미에게 반칙패를 당했으나 같은 해 코리아오픈, 올해 가노(유도 창시자)컵과 파리오픈을 석권, 부활의 나래를 활짝 폈다.

그는 “전만배 상무 감독님이 격려해 주셔서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6-12-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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