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운동 잘하는 그런 유전자는 없어요”
임병선 기자
수정 2016-03-03 17:32
입력 2016-03-03 17:32
오바마도 사본 책 ‘스포츠 유전자’ 집필한 데이비드 엡스타인 인터뷰
‘운동에 소질이 있어 보이는 우리 아이가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는지 유전자 검사로 알아볼 수 있을까?’ ‘어느 종목을 어느 시기에 선택하게 하면 가장 좋을까?’ ‘만약 아이가 1만시간을 들여 훈련에 몰두하게 하면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기량을 숙지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갖는 부모가 적지 않을지 모른다.2013년 ‘스포츠 유전자(The Sports Gene)’를 출간한 미국의 스포츠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엡스타인(39)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현재 그런 수준의 유전자 검사는 나와 있지 않으며 청소년기 여러 종목을 섭렵하는 ‘샘플링’(sampling) 기간을 거친 뒤 20세 무렵 특정 종목을 선택해 스스로 성취 정도를 점검하면서 집중하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골프, 체조 같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스포츠에서의 조기 몰입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 셈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데이비드 엡스타인 제공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주제가 복잡하기도 했고 불행하게도 내가 가만히 앉아 최선의 연구 결과를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한 저작물이 많지 않았다. 운이 좋아 난 과학에 대한 배경을 갖고 있어 도움이 됐지만 여하튼 첫해 난 단 한 자도 쓸 수 없었고, 하루에 10편의 과학 저작물을 읽을 정도로 읽기만 했다.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육상 선수로서나 스포츠 기자로서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고교에서 자메이카 이민자들과 함께 뛰었고 대학에서는 케냐 육상 선수들, 특히나 소수 부족 칼렌진 출신의 아이들과 함께 뛰면서 늘 그네들의 무엇이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게 하는지 궁금해 했다. 어느날 텔레비전을 보다 여자 소프트볼 투수 제니 핀치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럴까 의문이 들었다. 처음엔 단지 의문들을 마음속으로만 품었는데 과학의 도움을 빌어 가능한 깊게 파고들고 싶었다. 순전히 내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이었는데 당시에는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재미있어할지 몰랐다.
?결국 당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본성과 양육, 어느 한쪽에만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일이다, 집중적인 훈련은 필요하지만 1만시간을 통째로 투여할 일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맞나?
-그렇다 과학은 본성이냐 양육이냐는 의문점을 지나 특정한 상황에서 둘의 균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전자와 환경이 없다면 어떤 결과도 나올 수 없다. 본성과 양육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책을 읽은 몇몇은 특정 유전자를 바꿀 수 없다면 왜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연구하는지 되물었다. 유전자로부터 더 많은 것을 끌어내기 위해 환경을 바꿀 수 있어서다.
책의 막바지에 세계적 육상 선수며 인체 성장과 환경에 관한 연구를 많이 발표한 J M 태너의 말 “모든 사람은 다른 유전체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발달, 모든 이는 다른 환경을 갖고 있어야 한다”를 인용한 이유도 그렇다. 우리가 본성에 대해 더 이해할수록 모든 이들이 스스로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양육의 질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기적과 같은 시간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1만시간 법칙을 다룬 저작들을 살펴보며 뭔가 쓸 수 있는 놀라운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지독한 집중훈련의 결과 선수들의 발육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활동에서도 ‘샘플링 기간’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부친의 손에 이끌려 골프 클럽을 손에 쥔 타이거 우즈와 달리, 로저 페더러는 어렸을 적부터 부친이 테니스에만 몰두하도록 강제하지 않았다. 배드민턴, 농구와 축구를 다 시켜 보고 나중에야 테니스에 집중하도록 했다. 아울러 (1만시간 법칙을 주창한) 말콤 글래드웰과 난 이 문제로 공개적인 논의를 벌인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사람들이 그렇게 진지하게 1만시간 이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래드웰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대화한 동영상도 봤다. 그와는 계속 논쟁을 벌이는 건가?
-아주 친해졌지만 전적으로 견해를 같이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제시한 증거들에 그가 다소 끌어당겨졌다고 느끼는 수준이다. 난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그가 마음을 바꾸도록 엄청난 양의 크레딧을 제공했다. 그 역시 법칙이나 룰 같은 개념은 힘들고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싶어서 썼을 뿐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 분야를 다루는 과학자 사이에서는 제대로 의문시되지 않았으며 내 생각에 그 개념이 적용되는 방식에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에 언급했듯이 법칙이란 말로 대중을 이끈 과학자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잘못되면 놀라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글래드웰만큼 많은 이에게 다가갈 수 없지만 흥미를 느끼는 이들에게 잘못을 바로잡도록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운동은 어떤 형태든 자아를 발견하는 여행이니 마음껏 즐기시라, 처음에는 조금 썰렁하다 싶었지만 곰곰이 씹을수록 유익한 결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필을 마친 지 2년이 지났다. 에필로그를 다시 쓴다면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하하. 나 역시 책을 쓰면서 그 문장을 좀 덜 진부하게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내게 스포츠는 인간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살펴볼 수 있는 렌즈다. 올 여름 리우올림픽 개회식을 보면 미국의 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와 육상 남자 1500m의 스타 히샴 엘 게루즈가 함께 입장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펠프스가 18㎝나 더 큰데 둘 다 똑같은 길이의 바지를 입고 등장하는 아름답고 기억할 만한 장면을 선사할 것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렇게 많은 이들이 이 책에 흥미를 가질지, 에필로그를 쓸 때까지도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내 머리속의 것들을 요약하는 데 국한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부터 스티브 잡스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언급하며 완벽한 운동선수를 유전적으로 조련한다는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했던 이유다. 내가 생각해왔고, 거의 스스로와 나눴던 대화처럼 많은 다른 일들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다시 에필로그를 쓸 수 있다면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더 명확하게 이를테면 “여기 이 연구의 몇몇 측면은 스포츠 외의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영향을 미치곤 한다”라고 쓰게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면 먼저 기술적인 측면들을 다양하게 샘플링하고 내 훈련 정도, 다시 말해 책에 썼던 “훈련 능력”에 주의를 기울이고, 가장 훈련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처음에 뒤처진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앞선 선수들이 재빨리 판단하도록 어떻게 정보를 “덩이짓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다. 정보를 빨리 습득하는 능력을 적용하면 난 특별한 기억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몇시간의 강연 내용을 힘들이지 않고 기억해낼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 실제적이며 실용적인 배경 지식만 더 익히는 몇 시간만 주어지면 쉽게 강연을 해낼 수 있다.
?책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
-진짜 어려웠던 두 가지는 인종과 성별 같은 매우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으며 내가 오랫동안 믿고 싶어했던 것들과 연구하며 파악한 내용이 달라 그 간극을 줄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결국 과학이 필요한 이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젊은 나이에도 다양한 인생 경험을 했다.
-보트나 커다란 연구선에서 지낼 때 난 과학을 하고 있었으며 논문을 쓰지도 않았다. 저널리스트도 아니었으며 장차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학을 할수록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됐다. “내가 한두 가지를 배워 세계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치길 원하는 유형의 인간인가? 아니면 훨씬 더 자주 스스로에게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싶어하는 유형인가?”
난 후자라고 결정했고 나중에 과학자들은 특정한 주제에 집중해야 하는 반면 난 연결고리들을 연결짓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과학자에서 저널리스트로 목표를 바꾸면서 온갖 직업을 섭렵했다. 워싱턴 D.C.의 풀타임 직장을 때려치우고 6개월 임시직으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팩트체커로 근무했다. 스스로 모토 같은 것을 갖고 있는지 몰랐는데 최고의 선수는 전문화 이전에 다양한 종목을 섭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처음 직장 생활을 배울 때 꽤 다양한 경험을 했다. 배움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다른 것을 원하곤 했다. 개인을 브랜드하라는 압력도 있었고 늘 같은 일에 매달려야 한다는 압력도 있기 마련이어서 힘들었다. 그러나 난 그럴 수 없었다.
내 생각에 우리는 늘 더 나아감으로써 더 편한 쪽으로 움직임으로써 인생의 진보를 맞는다. 난 뭔가 시도하게 하고 전적으로 편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생각들을 이행하며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 신체 단련도 마찬가지다. 매일 똑같은 무게의 바벨을 똑같은 횟수로 들어올리면 근육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더 나은 쪽으로 바꾸게 만들 수는 없기 마련이다.
지금 막 내게 낯선 분야인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관한 긴 기사를 끝내면서 이들 조직들이 아주 나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아주 좋은 일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이들 조직의 리더십이 어떻게 구축됐는지를 궁금해 하다가 몇몇 그에 관한 심리학 저작을 읽게 됐다. 스스로 설정한 안전지대를 벗어나 내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방식, 픽션 집필과 같은 방식으로 써보도록 강제했다. 통하더라!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책을 구입한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편지를 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엄청 바빠 그러지도 않을 것이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책을 읽었다고 털어놓았다. 재미있다고 느낀 건 둘이 다른 정당 출신이란 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한 여자 육상선수와 얘기를 나눴다는 온라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녀의 재능에 관한 여러 얘기를을 나누는 과정에 내 책에서 본 듯한 내용을 말하는 것을 확인했다. 책에 나온 구절들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는 것처럼 보여 뿌듯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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