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득점왕·MVP… 여민지 첫 ‘트리플크라운’ 신화
수정 2010-09-27 00:18
입력 2010-09-27 00:00
장담은 진담이었고, 약속은 지켜졌다. 17세 이하(U-17) 여자대표팀의 공격수 여민지(17·함안 대산고)는 지난달 출국 전 한국의 우승을 장담했다. 자신의 장점은 탁월한 골감각이라고 했다. 신세대의 장점인 솔직함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포트오브스페인 연합뉴스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 이정은(왼쪽 세 번째)이 26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FIFA 여자월드컵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전반 6분 첫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얼싸안고 있다.
대회 전 무릎부상을 당해 컨디션이 60%밖에 안 됐던 여민지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한국이 치른 여섯 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선 한국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결정적이면서 동시에 환상적인 골만 무려 4개를 몰아쳤다. 한국 선수의 FIFA 대회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이다. 또 스페인과의 준결승에서는 분위기를 뒤집는 천금 같은 동점 헤딩골을 넣었고, 역전 결승골 어시스트까지 했다.
1-2로 뒤지던 전반 종료 직전 동점을 만드는 프리킥골을 성공시킨 주장 김아름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후반 34분 이소담(왼쪽)이 3-3 동점을 만드는 중거리골을 넣은 뒤 최덕주(왼쪽 세 번째)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박수를 받으며 웃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 AFP 연합뉴스
26일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장슬기의 마지막 승부차기가 성공하며 대회 우승이 확정되자 태극 소녀들이 일제히 감격에 겨워 환호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 AFP 연합뉴스
고무줄, 공기놀이보다 오빠와 “볼 차는 것”이 더 즐거워 창원 명서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여민지는 일찌감치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골을 넣었을 때 느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을 느낀다는 여민지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대회에서 한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10골을 몰아치고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두 달 전 평소 좋지 않았던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에 큰 부상을 입고 수술을 감행했고, 전지훈련과 평가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덕주 감독은 여민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여민지도 긍정적인 성격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재활에 집중해 회복기간을 단축시키는 놀라운 집념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다시 그라운드를 밟은 여민지는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도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우쭐거릴 만도 하지만 그는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여민지는 결승전이 끝난 뒤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동료들이 잘해 줘서 제가 대신 (상을) 받았다.”고 했다. 또 “앞으로 부족한 점, 월드컵에서 느꼈던 것들을 잘 보완해 더 큰 선수가 되고 싶다. 항상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에 더 알리고,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09-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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