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투여 늦어져 간이식 받은 어린이…대법 “의사 재량 범위, 과실 아냐”

박은서 기자
수정 2026-09-08 13:11
입력 2026-09-08 13:11
대학병원 피부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진료방법 선택할 의사 재량 인정”
피부 발진 치료제를 처방받은 어린이가 독성 간염으로 간이식을 받게 됐더라도 의사의 진료 행위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과실이라 단정할 수 없다면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부과 의사 A씨,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에게 각각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의정부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경기 고양의 한 병원에 근무한 A씨는 2013년 7월 피부 발진을 치료하기 위해 내원한 C양(당시 12세)에게 부작용 위험이 있는 ‘답손’을 처방하면서 사전 혈액·간기능 검사를 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부작용에 관한 설명도 누락했다.
이후 C양은 고열 등 과민 반응 증세가 나타나 응급실에 입원하게 됐다. 담당의 B씨는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하다’는 피부과 협진 회신을 받고 뒤늦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다가 이틀 만에 중단하고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자 이를 다시 투여하는 등 지속적인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다. 결국 C양은 혼수상태에 빠져 간이식을 받고 간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1심은 A씨만 유죄로 보고 B씨에겐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B씨 역시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강력히 의심할 상황이었음에도 스테로이드 투여를 지연, 중단해 증상을 악화시켰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해 “사전 검사의 실시와 부작용 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과실이 없었다면 상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형사상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B씨에 대해서도 “스테로이드를 조기에 지속적으로 투여했더라면 C양이 경증의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은 사후적 평가”라면서 “당시 약물과민반응증후군과 세균·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두 가능성이 있었고 B씨가 스테로이드 투여를 보류하고 경과를 관찰하는 등 진료 방법을 선택한 것이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C양 측은 이 사건 병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의사들의 과실이 인정돼 승소한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죄 성립 여부는 업무상 과실과 C양의 상해 발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하게 증명돼야 한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의사의 주의 의무, 업무상 과실과 상해 결과 발생 사이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박은서 기자
세줄 요약
- 답손 처방 뒤 독성 간염, 간이식까지 이어진 사건
- 대법원, 의사 진료 판단의 재량 범위 인정
- 형사상 인과관계 증명 부족으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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