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27일 최후 항전 후 전남도청 안팎 상황 사진 41년만에 공개
최치봉 기자
수정 2021-05-06 18:37
입력 2021-05-06 16:55
이들 사진은 계엄군의 진압 작전이 끝난 뒤 2시간여 만에 촬영된 것으로, 항쟁 후반기 진상 규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복원추진단)은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아 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2층 별관에서 ‘노먼 소프(Norman Knute Thorpe) 기증자료 특별전’ 설명회를 열었다.
노먼 소프(74)는 항쟁 당시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지부 기자로서 활동하면서 1980년 5월23일부터 27일까지 광주·전남 일원을 취재하면서 사진 200여 점을 남겼다.
특히 27일 계엄군이최후까지 저항하던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상무충정작전’(오전 4시~오전 5시21분)이 끝난지 2시간10여 분 뒤 외신에게만 허용된 도청 일원 취재 사진은 진압 직후 상황을 유추하는 데 중요한 기록물로 평가 받는다.
기증된 사진 중 41년 만에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130여 점 가운데 일부는 군 작전으로 숨진 시민군 열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홍순권·박진홍·이정연 열사는 사진 촬영 당시 도 경찰국 민원실 계단 아래에서 숨진 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민원실 계단 주변은 최근 도청 복원 중 진행한 비파괴식 탄흔 조사에서 다수의 소총(M16 추정) 탄흔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문용동·서호빈 열사도 사진 속에선 경찰국 계단 아래에 시신이 놓여 있었으나, 진술 등을 통해 후관동에서 숨진 직후 군에 의해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학·안종필 열사는 경찰국 2층 복도에서 숨져 있는 장면이 사진에 담겼다. 노먼 소프는 계엄군이 두 열사의 시신을 수습해 옮기는 사진도 촬영했다.
복원추진단은 외신 취재 허용 시점인 27일 오전 7시30분에 앞서 작전 종료 직후 계엄군이 현장을 일정 부분 수습했던 만큼, 사진 촬영 당시 시신 위치와 실제 사망 위치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전 전날인 26일 밤부터 27일 오전 7시30분까지의 상황에 대해선 지속적인 자료 수집을 통해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형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단장은 “기증 사진은 항쟁 최후 사망자 수와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을 규명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도청 복원 과정에서도 의미 있다. 열사들이 숨진 것으로 보이는 곳에는 복원 과정에서 추모 표식을 남길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노먼 소프는 촬영 사진 외에도 당시 사용했던 취재 허가 출입증, 카메라 등을 기증했다.
그는 “5·18은 한국 민주화를 향한 길고 긴 투쟁의 일부분이다. 앞 세대가 자유 선거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고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젊은 세대가 배우고 진심으로 감사하길 바란다”라고 기증 취지를 밝혔다.
전시에선 노먼 소프의 현장 취재 기록을 일자·시간별로 정리한 사진과 관련 자료가 선을 보인다. 도청 진압 직후 시신 사진 등은 유족 동의를 거쳐 ’특별 영상‘을 제작, 주기적으로 상영한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7월31일까지 도청 별관 2층에서 열린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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