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 89세로 별세
오세진 기자
수정 2018-07-28 14:22
입력 2018-07-28 14:22
고인은 지난해 초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고 부산 수영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누워 지냈다.
고인은 최근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며칠 간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부산 시민장례식장에서 4일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오는 31일이다.
앞서 고인은 지난 3월 20일 문무일 검찰총장으로부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한 일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 당시 문 총장은 “과거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겠다”면서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고인은 문 총장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답했지만 노환으로 기력이 약해진 탓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고인의 아들인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 사건은 올 초 개봉한 영화 ‘1987’을 계기로 재조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박씨의 부음을 접하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민 청장은 경찰청 차장이던 지난 1월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박 열사가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시민사회에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 총장을 비롯한 부산고등검찰청장과 부산지방검찰청장 등 검찰 고위인사들도 이날 오후 고인의 빈소를 조문할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