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만 깼어도 구할 수 있었다” 제천 화재 유족 원망·질책
신성은 기자
수정 2017-12-22 10:59
입력 2017-12-22 10:59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제천서울병원·명지병원 찾아 유족 위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졸지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22일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원망과 질책을 쏟아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천서울병원을 찾았다. 유족들은 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소방당국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여자들이 모여있던 2층 사우나 통유리만 먼저 깨줬으면 거의 다 살았을 것”이라며 “소방차도 왔는데 무엇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2층 여성 사우나 안에 사람들이 있다고 (소방대에) 알렸다”며 “오후 4시 7분에만 유리창을 깼어도, 10∼20분 전에만 깼더라도 장모님이 살아계셨을 것”이라고 눈물을 쏟았다.
그는 “소방관들이 무전기만 들고 난리였지 이삿짐 차량 한 대만 왔다 갔다 하며 허둥댔다”며 “소방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 피해가 컸던 이번 화재는 명백한 인재이니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유족은 “수습 당시 저희 어머니는 바지와 겉옷을 입고 있었다”며 “락카 안에 있는 옷을 꺼낼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건데 정작 살아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유리를 왜 안 깼던 건지 장관님이 소방관들에게 물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유족은 “최초 발화 시점이 어제 오후 3시 53분인데 (소방서가) 우리 집에 연락을 한 게 5시가 넘어서였다”며 “구조나 연락이 지연된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달라”고 당부했다.
명지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유족들도 이곳을 찾은 김 장관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골든타임 놓쳐가며 사람들 죽이는 게 어디 있느냐”며 “소방서는 인명을 살리는 곳인데 제때 출발을 안 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그는 “재발 방지를 하겠다고 떠들기만 하지 실질적으로 되는 게 없다”며 “국민들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마음이 찢어진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유족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김 장관은 고개를 숙인 채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대처가 미흡했다는 유가족 지적에는 “초반 우왕좌왕했다는 부분을 들었다”며 “감식 내용이 나오는대로 조사할 것은 조사하고, 수사할 것은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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