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중집 파행 부른 ‘일반해고·취업규칙’이란
수정 2015-09-14 16:46
입력 2015-09-14 16:46
저성과자 해고 가능케 해…일부 산별노조 “노동자 노예 만드는 길”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23조를 둘러싼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23조에서 근로자의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하다 보니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로 제한됐다.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횡령 등 개인적인 비리나 심각한 법규 위반을 저질렀을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근로자의 대규모 해고를 가능케 한다.
일반해고는 이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처럼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인력이 갈수록 고령화하고 인건비 부담이 심해지면서 이를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근로자를 퇴출시키거나 억지로 근로자의 약점을 잡아 해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합리적 기준과 명확한 절차를 갖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노사 갈등의 여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 화학, 공공노조 등 한노총의 일부 산별노조는 이와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는 만큼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단체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입법이 아닌 행정지침 형태의 가이드라인으로 이를 제도화하면 통상임금 소송처럼 관련 소송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우려한다.
전날 ‘노사정 대타협’에서는 일반해고와 관련해 일단 노사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중장기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도 확연하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취업규칙 변경요건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을 말한다.
한노총 일부 산별노조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할 경우 노동조건 악화 등 사측이 원하는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정부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 사안은 올해 4월 노사정 대화 결렬을 불러온 핵심 사안이었으며, 지난달 말부터 재개된 노사정 대화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노사정 대타협에서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관련 지침 등을 마련하되,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치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했지만, 한노총 산별노조는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한노총 공공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잠정합의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는 ‘노예’로 살게 될 것이며, 노동조합은 있으나 마나 한 조직,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조직으로 전락해서 결국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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