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공연’을 무대 아래서 지켜보던 3학년 졸업생들도 슬픔의 눈물을 훔쳐야 했다.
2학년 남학생들은 졸업식이 모두 끝나고 인순이의 ‘아버지’를 불렀다.
후배들의 공연을 모두 지켜본 3학년 한 남학생은 “2학년들의 공연이 고맙기도 하고, 그동안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졸업식에서 학생 송사를 맡은 2학년 12반 최민지 양은 “지난 학교생활을 돌이켜 본다. 벚꽃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던 봄. 모두가 슬픔에 주저앉았던 봄. 그 봄을 굳건하고 듬직하게 기둥이 되어준 선배들이 있었기에 거센 파도와도 같았던 지난봄을 지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선배들이 갈 생각을 하니 그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선배들의 빈자리를 저희가 채워야 한다니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지만 선배가 닦아놓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슬픔에 한참을 울먹이던 최양에게 후배의 작별인사를 기다리던 3학년 학생들은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기도 했다.
답사에 나선 3학년 12반 오규원 군은 “저희들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선생님들의 은혜와, 보살펴주신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준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믿음직한 제자, 좋은 후배,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장과 학부모의 격려도 이어졌다.
세월호 희생자 학부모이자, 단원고 졸업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단원고라는 꼬리표 때문에 상처받더라도 강하고 담대하게 헤쳐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추교영 교장은 “4·16 참사로 희생된 2학년 학생들의 넋을 영원히 기리기 바란다”며 “나와 선생님, 우리 어른들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추모와 참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여러분도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은 약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모두 505명의 3학년 학생이 졸업장을 받았다. 단원고는 다음주께 1∼2학년 종업식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지난해 4월 제주도로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로 학생 325명 중 246명이 희생되고, 4명은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서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75명은 극적으로 구조돼 학교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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