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재단-학교 갈등은 ‘친이-친박 대리전’?
수정 2012-03-25 08:38
입력 2012-03-25 00:00
이사회가 한영실 총장을 전격 해임한 표면적 원인은 재단의 기부금 운용 방식에 대한 재단과 학교간의 갈등에 있다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경숙 전 총장과 한 총장의 사이가 틀어져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총장은 이 전 총장 재임 기간 사무처장, 교무처장 등을 지냈다. 학교 안팎에서는 이 전 총장이 한 총장을 후계자로 키웠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한 총장은 2008년 취임 후 이 전 총장이 추진하던 적십자간호대 통합, 용인연수원 리모델링 등의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대립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14년간 재임한 이 전 총장은 여전히 이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의 해임을 주도한 이용태 이사장도 이 전 총장이 영입한 인물이다.
재단이 대학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넣었다가 전입금 명목으로 대학에 돌려주는 편법에 대해 한 총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현직 총장의 갈등은 학교와 재단 간의 싸움으로 확대됐다.
이사회는 학교측이 학교 운영에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해 6월 교직원들의 ‘복종 의무’와 ‘집단행동 금지 의무’가 담긴 운영규칙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전 총장과 한 총장이 각각 여권의 구주류, 신주류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 전 총장은 소망교회를 다니며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 왔고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반면 한 총장은 유정복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총장과 가까운 류지영 한국유아교육인협회 회장(숙명여대 총동문회장)이 최근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17번으로 추천된 것도 이런 정치적 역학 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숙명여대 재학생 A씨는 한 총장이 해임된 22일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총장이 새누리당 공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돕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이 전 총장에게는 갑갑한 얘기였을 것”이라며 “라인의 차이, 계파간의 갈등, 이게 사태의 본질 아니냐”고 적었다.
이사회가 한 총장을 해임하고 총장 서리를 임명했지만 한 총장이 물러서지 않고 맞서면서 두명의 총장이 총장실에서 대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사회가 총장 서리로 임명한 구명숙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23일 오전 총장실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비 직원들에 의해 제지됐다. 총장실에는 이미 한 총장이 출근해 있었다.
학교측은 총장 해임이 법적으로 무효이고 총장 서리라는 직제가 학교 규정에 없기 때문에 총장 서리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총장은 22일 이사회의 해임 의결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학교측은 소송 결과가 나올때까지 조무석 대학원장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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