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출근길 경찰관이 ‘열차 난동범’ 검거
수정 2011-06-06 15:21
입력 2011-06-06 00:00
경찰청 원인학 경위 “추가 행패 염려돼 쫓아갔다”
경찰청 대변인실에 근무하는 원인학(29) 경위는 일요일인 5일 오전 8시50분께 공항철도 검암역에서 서울역행 열차에 올랐다.
휴일 아침이라서인지 승객이 별로 없이 한산한 열차가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원 경위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모(24)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욕설을 내뱉으며 출입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강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옆 칸으로 이동해 소화기를 꺼내 들어 창문을 수차례 내리쳤고, 결국 소화기 분말이 온통 터져나와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등 객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원 경위가 열차 인터폰으로 역무원에게 연락하는 사이 열차는 다음 역인 계양역에 도착했고, 출입문이 열리자 강씨는 유유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자리를 박차고 강씨를 뒤쫓은 원 경위는 범인를 불러세운뒤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고 몸수색부터 했다. 혹시 옷 속에 흉기를 감추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강씨는 지시에 순순히 따랐고 원 경위는 그를 계양역 역무실에 인계했다.
난동을 부린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강씨의 뒷모습을 보며 원 경위는 잠시 갈등했다고 한다.
경찰관으로서 공공장소에서 난동을 부린 이를 쫓아가 붙잡아야 하지만 키가 180㎝ 이상인데다 몸무게도 100㎏은 족히 나갈 법한 강씨가 흉기라도 들고 저항하면 보통 체격인 자신이 감당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복을 입었기에 아무도 자신이 경찰관인지 모를 터인데 담당 구역도 아닌 곳에서 괜히 낭패를 보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들었고, 태어난 지 100일밖에 되지 않은 아들의 얼굴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원 경위는 “강씨의 덩치가 워낙 크고 행색이 노숙인처럼 초라해 고민을 했지만 아무도 그를 쫓아가지 않는데다 무고한 시민에게 더 행패를 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를 붙잡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씨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열 받아서 그랬다’고 하더라”며 “‘묻지마’식 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경찰대 22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를 통한 경찰 홍보를 담당하는 원 경위는 “나 말고 다른 경찰들도 시민 안전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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